이제까지 컴퓨터 그래픽은 털과 같이 부드럽고 주름이 가기 쉬운데다 움직임에 따라 빛의 반사가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물질은 만들어내기가 힘들었다. ‘토이스토리’나 ‘벅스라이프’의 주인공들이 번쩍거리는 단단한 몸으로 묘사된 것도 이 때문.
털복숭이 괴물 셜리를 살아 움직이게 한 것은 미국의 픽사가 개발한 헤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피즈티’. 물리학 도구(physics tool)의 영문 발음을 줄인 것이다. 말 그대로 털 하나 하나의 움직임을 물리법칙에 맞게 구현해낸다.
물리학에서는 쇠사슬과 같이 움직임에 변화가 많은 물질의 운동을 계산할 때 ‘라그랑지 방정식’을 사용한다. 쇠사슬의 연결 부위마다 용수철이 달려 있다고 가정해 중력이나 바람과 같은 외부의 힘에 따른 운동을 계산해내는 것.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로 여러 도막으로 잘라 그 사이에 회전 스프링이 달려있는 것으로 가정했다. 피즈티는 이런 식으로 5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의 움직임을 만든 다음 이를 복제해 셜리를 탄생시켰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휴먼애니메이션연구단(단장 전기공학부 고형석 교수)이 최근 픽사와 마찬가지로 라그랑지 방정식을 채용해 머리카락들의 부딪힘까지 표현할 수 있는 헤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해냈다. 연구단은 현재 원하는 헤어스타일을 애니메이션으로 미리 만들어 볼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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