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태한/휴대전화가 IMT-2000이라고?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10분


최근 정보통신부에서는 IMT-2000(차세대 휴대전화)의 개념을 둘러싼 혼선이 큰 현안이다. 정통부가 현재 사용되는 011 016 019 등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 휴대전화도 IMT-2000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1년여전 IMT-2000 사업자를 뽑을 때만 해도 "기존의 휴대전화와 IMT-2000은 명백히 다르다"고 강조했었다.

정통부가 IMT-2000의 개념을 재해석한 것은 양승택(梁承澤) 장관의 '전문가적 소신'과 관계가 깊다. 양 장관은 새로 나온 CDMA서비스가 IMT-2000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이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들은 "장관에게 대놓고 반박하지는 못하지만 기술적 소신만 앞세운 장관 발언으로 공연히 상황만 꼬였다"며 숙덕거린다.

IMT-2000의 개념 변화로 앞으로 나타날 혼선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사업자의 비동기식 법인 합병이나 서비스의 연기, 기술방식 전환 등 가능성으로 해당업체, 투자자, 장비업체 사이의 불협화음도 예상된다. 또 그동안 차세대 휴대전화의 등장을 기다려온 소비자로서는 기존의 휴대전화를 IMT-2000으로 이해해야 하는 혼란에 빠져 있다.

'정통부의 표변'에 대해 관련업계도 혼란스럽다는 반응.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당시 업체들은 기존의 CDMA 휴대전화가 동기식 IMT-2000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데도 정통부는 여전히 "그동안의 정책판단에 오류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장관이 바뀌면서 정책방향이 바뀔 수는 있다. IMT-2000 사업과 관련해 소중한 국가자원인 주파수를 나눠주면서 한국 통신산업의 발전을 위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고충도 이해한다.

그러나 나타난 결과만으로 보면 IMT-2000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통부는 너무 오락가락했다. 정보화 주무부처가 차세대 휴대전화의 개념에서조차 중심을 잡지 못하는 현실은 씁쓸하다.

김태한 경제부 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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