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임청산/기술과 예술 통합해 가르치자

  • 입력 2002년 2월 16일 18시 10분


임청산
최근 이공계 대학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과학기술의 고급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겨 국가 경쟁력이 약화된다고 야단법석이다. 귀공자처럼 자란 청소년들이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부모들도 한두 명밖에 없는 자녀들이 과정 이수가 어려운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마음 아파할 것이다.

어쩌면 과학기술자 자신들조차도 자녀들에게 과학기술보다는 문화예술을 전공하라고 권유할지 모른다. 훗날 우수한 과학기술자가 되었는데도 낮은 보수와 사회적 냉대를 받는다면 누군들 전공하려고 하겠는가.

정부도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인적개발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다. 이 방안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교육적 차원에서 자연계열 응시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교차지원을 제한하는 것,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병역 특례와 학비를 제공하고 해외 유학과 취업 보장 등의 혜택을 주는 것, 그리고 초중고교의 과학교육과 대학의 이공계 교육을 내실화하는 방안 등이 모색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차원에서는 과학기술자를 우대하는 사회 풍토를 조성해 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연구활동과 기술연마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기를 진작시켜야 할 것이다. 범정부적 차원에서도 과학기술자들에게 특별수당 인상, 각종 복지제도 수립, 시상제도 확대, 명예의 전당 등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때늦기 전에 첨단 과학기술의 우위를 확보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국가의 명운을 걸고 과학입국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은 첨단 과학기술과 선진 문화예술을 통합하는 사회적 인식과 교육정책, 그리고 이에 바탕을 둔 국가경영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로 ‘문화의 산업화와 과학의 예술화’를 의미하는 지식산업과 문화상품이 부상해 국가경쟁력과 세계시장을 좌우하게 된다.

원래 아트(art)의 개념 속에는 기술과 예술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기술자 따로, 예술가 따로 또는 공과대학 따로, 예술대학 따로 담벽을 높이 쌓아 왔다. 심지어 전통학문과 응용기술, 순수예술과 대중문화가 등을 돌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문자 그대로 멀티미디어, 즉 다매체·다채널·다중매체의 통합시대이다. 학문의 틈새분야와 예술의 틈새영역을 통합해 탐색할 때 21세기형 지식산업과 문화상품의 활로가 트인다.

지식산업과 문화상품은 자국문화를 전 세계에 홍보하고 이미지를 고양하는 데 최상의 무기다. 신세대가 첨단 과학기술과 선진 문화예술의 융합으로 지식산업과 문화상품을 창안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과 예술을 통합하는 교육정책과 국가전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한 신세대는 과학기술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선호하는 문화예술이 과학기술과 접목되어 통합 운영되기를 애원하고 있다. 이러한 절규와 함성을 교육계와 정치권이 왜 듣지 못하고 있는가.

임청산 공주대 영상보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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