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2차 수사를 주시한다

  • 입력 2002년 2월 15일 18시 33분


특별수사팀이 발족해 60일 동안 벌인 1차 수사에서 은폐와 축소로 얼룩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파헤쳐 대통령의 처조카와 검찰총장 동생의 비리를 밝혀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 여파로 수사 잘못에 책임을 지고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이 퇴진함으로써 검찰 수뇌부의 개편을 몰고 왔다.

특검의 수사는 역대 정권에서 정치권력의 뒤치다꺼리 수사나 해주며 도덕적으로 해이해진 검찰에 강렬한 충격을 주었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검찰총장의 동생을 불러다가 하루 만에 형식적인 조사를 마치고 대가성이 없는 돈을 받았다며 면죄부를 주었지만 특검으로 넘어가자마자 수사 결론이 뒤집어졌다. 검찰에서는 언급되지도 않던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씨가 특검 수사 결과 대통령비서실 국가정보원 해군 등 온갖 권력기관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 이후 검찰이 진상을 적당한 선에서 미봉하고 모범답안에 짜맞추는 수사를 하기는 더 이상 어렵게 됐다. 특검이 특별수사 및 기소 독점이라는 철벽을 부수고 들어가 곪아터진 상처를 도려내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1차 수사가 보물 발굴사업의 실체와 배후, 검찰 수사 무마 청탁을 밝히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 사실이지만 삼애인더스 주가조작과 정관계 로비의혹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다. 30일 동안 진행될 2차 수사에서는 정관계 로비용으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해외 전환사채(CB) 펀드에 투자된 자금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용호씨 측에서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신 전 총장을 압박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형택씨가 신 전 총장 등 검찰 간부들을 골프 식사 모임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확인됐다. 예금보험공사에 파견된 검사들에 관해 협의하기 위해 만났다는 당사자들의 해명은 군색하다. 신 전 총장 등 중요 참고인과 피의자에 대해서는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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