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김순무/'1등 브랜드'를 위하여

  • 입력 2002년 1월 25일 18시 27분


‘學不可以已 靑取之於藍 而靑於藍 氷水爲之 而寒於水(학불가이이 청취지어람 이청어람 빙수위지 이한어수).’

순자(荀子)의 ‘권학’ 편에 나오는 이 말을 필자는 무척 좋아한다. 해석하자면 “학문이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므로 중지해서는 안되며 청색이 쪽빛보다 푸르듯이, 얼음이 물보다 차듯이 스승을 능가하는 학문의 깊이를 가진 제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줄여서 흔히 ‘청출어람(靑出於籃)’이라고 한다.

이 말은 학문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기업경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산업사회로 진입한 한국 기업들은 이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몇몇 기업은 계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1등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제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은 제품이 많아지는 현상은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시장개방의 가속화와 경쟁의 심화는 일류상품의 개발을 요구한다. 일류상품을 지닌 기업만이 생존과 발전을 보장받는 시대이다.

기업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세계시장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떤 기업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필자는 2000년 3월 대표이사를 맡기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생산 현장에서 보냈다. 그래서 제품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갖고 있다. 하나의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려면 얼마나 많은 고충과 투자가 필요한가를 잘 알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제대로 만든 신제품이 기업에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 직접 체험하면서 이런 신념은 더욱 굳어졌다. 한국야쿠르트가 2000년 9월 선보인 ‘윌’은 발효유 단일제품으로는 최고의 판매기록을 세우며 회사매출을 전년보다 20%가량 끌어올린 일등공신이 되었다. 회사의 순익 또한 매우 높아졌다.

이 제품에 사용한 2개의 유산균, 면역난황과 차조기 진액은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의 억제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임상실험 결과 확인됐다. 세계 유수의 발효유 선진국에서 상상조차 못했던 제품을 우리 기술로 만든 것이다.

유산균은 서구에서는 몇 천년 전부터 이용됐으며 1922년 프랑스 다농사가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40년경 미국에서 요구르트가 상품화되면서 급속한 신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서구사회에서는 떠먹는 타입의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일본은 유산균 기술을 도입하면서 마시는 타입의 제품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한국야쿠르트는 기존의 장 건강 발효유와는 개념이 다른 위 건강 발효유 ‘윌’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서구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이제는 세계 최고의 유산균 기술을 지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요구르트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했고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는 기술수출에 대한 상담이 들어오고 있다.

일등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광고 판촉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활동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요즘 한국 기업들이 선진국의 기술력과 후진국의 물량공세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꾸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세계 일류상품을 만들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청출어람’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순무 한국야쿠르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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