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패공화국' 오명 벗자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28분


우리 사회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중고교생 10명 중 9명이 한국 사회는 부패 사회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들 중고교생의 부패에 대한 윤리의식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할말을 잃게 된다.

반부패 국민연대가 서울의 중고교생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부패·반부패 의식조사’ 결과 ‘우리 사회가 부패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72.5%는 한국을 부패 순위 1∼20위군에 속하는 국가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41.3%는 ‘아무도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또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뇌물을 쓸 것’(28.4%), ‘부정부패를 목격해도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모른 체할 것’(33%)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사회 전체의 부패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부패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거리낌없이 부패에 빠져들 수 있다고 한 그들의 응답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청소년들의 이 같은 잘못된 인식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 어른들 때문이다. 곳곳에 만연된 부패문화가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공직사회 기업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의 부패구조는 뿌리깊다. 이는 법이나 상식보다 권력 돈 연줄을 앞세우는 풍토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금도 자고 나면 각종 권력형 부패 비리 의혹이 터지고 있다. 진승현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와 윤태식씨 사건에서 보듯 권력 주변과 정관계 여기저기에서 부패의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패 공화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얼마 전 국제투명성기구가 밝힌 2001년 국가별 부패를 나타내는 투명성지수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4.2점으로 조사 대상 91개국 중 42위에 그쳤다. 부끄러운 수치다.

부패가 만연한 사회는 법치허무주의를 부르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많은 국민을 힘 빠지게 한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도 무망하고 국가경쟁력도 생길 수 없다. 선진국 진입도 요원하다.

지난해 7월 우여곡절 끝에 부패방지법이 마련되긴 했지만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의식이다. 우리는 신년 사설에서 ‘정권 부패척결에서 구국(救國) 시작해야’라고 주장했다. 현 정권은 올 한 해 동안 단단한 각오로 부패 척결 작업을 펴나가야 한다. 청소년들이 부패부터 배운대서야 나라꼴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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