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연말정산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7시 55분


세상에 세금보다 무서운 게 없다고 한다.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할 납세의무를 진다’고 법에 정해 놓고 수시로 세무조사를 벌이는데 누가 감히 세금을 안낼 엄두를 내겠는가. 옛사람들은 ‘죽음과 세금은 피할 도리가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람이 빚지고 있는 것 가운데서 아마도 가장 물기 싫은 게 세금이 아닌가 싶다. 미국의 억만장자들도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수천만달러를 기부하지 않는가. 세금도 덜 내고 세상 인심도 얻을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럴진대 공식적으로는 세금은 에누리 받기도 어렵고 잘못 낸 세금조차 소송을 내도 웬만해서는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세금을 돌려받는 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지갑’을 갖고 다니는 월급쟁이에겐 세금을 돌려 받는 길이 있다. 샐러리맨에게는 매년 12월 말이면 찾아오는 큰 일 중의 하나인 연말정산이 그것이다. 매달 일정세율에 따라 낸 세금을 연말에 세법에 따라 정확히 계산해서 많이 냈으면 돌려받는 것이다. 물론 공짜는 없다. 국세청이 인정하는 각종 영수증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문제는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증명서 영수증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주민등록등본에서부터 의료비 교육비 보험료 주택자금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영수증이 많게는 수십장씩 쌓인다. 영수증을 낸다고 모두 세금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똑같은 수업료 영수증이라도 누구한테는 공제대상이 되는 반면 누구한테는 안 되는 식이다. 그렇다고 세무사를 찾아가야 할 만큼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해마다 마치 선심 쓰듯이 과세대상 소득에서 감해 주는 ‘소득공제’대상을 추가한다. 재작년에는 신용카드 사용분을 공제해 준다고 하더니 내년부터는 시력교정용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보청기를 사는 데 드는 비용도 의료비 공제대상에 새로 포함시킨다는 발표다. 매년 생색내기용으로 깎아주다 보니 세법이 누더기처럼 복잡해졌다. 세무전문가들조차 실수할 때가 있으니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차라리 세율을 낮추라는 요구가 많다.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이 왜 조세원칙의 첫째로 세법이 간단하고 쉬워야한다고 지적했는지를 알 만하다.

<박영균논설위원>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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