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이야기]'안방'내준 한국증시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30분


9일 열린 한국과 미국의 축구 평가전은 본선에서 맞붙을 팀간의 경기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평가전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는 유상철의 결승골로 한국의 1대 0 승리. 이날 승리를 놓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한가지 원인이 있다. 바로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다.

4만2000명의 관중이 목이 터져라 외쳐댄 응원이 한국팀에겐 힘이 됐고 미국팀을 주눅들게 했다는 것이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은 응원 뿐만이 아니다. 시차가 없다는 점, 음식 걱정이 없다는 점, 그라운드 사정을 잘 안다는 점 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즘 이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라는 명제가 전혀 들어맞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주식시장이다. 시차도 없고 시장 사정도 잘 아는 국내 투자가들이 전혀 맥을 못추고 있다. 고객들이 펀드에 돈을 갖다 맡기면서 응원을 해도 기관들은 원정 경기를 온 외국인에 밀려 힘 한번 못쓰고 있다.

요즘 들어 특히 외국인의 한국 시장 장악력은 무서울 정도다. 외국인은 블루칩의 유통물량을 싹쓸어갔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율은 60%에 가깝고 국민은행의 경우 70%를 넘어섰다.

개인들의 무대였던 코스닥에서마저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지분을 점점 잠식해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주를 조금만 내다 팔아도 지수가 몇십포인트씩 주저 앉아버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국내 대표기업이 모두 외국인 주주에 넘어가는 것은 물론 시장 전체가 완전히 외국인의 통제 아래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는 것도 어쩌면 우스운 이분법일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의존도가 심화하면 국내 투자자는 외국인에게 종속되는 결과를 낳고 결국 국내 금융기관의 선진화는 점점 멀어진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책 마련에 앞서 국내 투자가들이 ‘홈그라운드’라는 자신감을 되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해외에서 현지 전문가들을 만나고 온 김병균 대한투신증권사장이 전해준 한 전문가의 얘기가 생각난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아직 저평가돼있는 우량 종목들이 많다. 한국 경제 사정은 한국에 있는 전문가들이 가장 잘 알텐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의 전문가들이 오히려 한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이고 한국 주식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것 같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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