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중견의사]통증치료/서울대병원 이상철 교수

  • 입력 2001년 12월 9일 17시 49분


서울대병원 마취과 이상철 교수(48)는 서울대 의대 재학 시절 ‘변강쇠’란 별명을 갖고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주말마다 아버지를 따라 등산을 한 까닭에 체력이 남달랐다. 그러다보니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술이면 술, 무엇 하나 뒤지지 않았다. 본과 3학년 때에는 의대생 사이에 생맥주 1000㏄ 먼저 마시기 대회가 열렸는데 가볍게 1등을 했다.

그러나 요즘 이 교수는 웬만한 일로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 피치 못한 경우라도 독한 양주보다 과일주를 즐기며 어쩔 수 없는 2차 자리에서는 맥주만 가볍게 마신다.

일찍 귀가하라고 닦달하는 가족이 있어서가 아니다. 두 아들은 미국 유학 중이고 아내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에 가 있다. 오로지 하나, 다음날 환자를 최고의 컨디션에서 맞아 진료하기 위해 일찍 휴식을 취하려는 생각에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술실에서 매일 10∼15명의 중증 통증 환자를 시술하고 30∼50명의 외래 환자를 본다. 그러다보니 오후 2시까지는 물 마실 틈조차 없다.

-통증은 왜 별도의 치료가 필요한가.

“통증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악’과 같은 존재로 일종의 ‘비상벨’이다. 자극이 일정한 세기를 넘어 몸에 해가 될 성 싶으면 통각 신경이 흥분돼 아프다. 맹장염 협심증 등이 생겼을 때 통증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나 만성 통증은 문제가 다르다. 일정한 세기 이상의 자극이 없는데도 비상벨이 계속 울리는 것은 엄연한 질환이다. 신경이 갈라지기 전의 마디인 신경절에 약물, 열, 방사선 등을 투여해 통각신경의 반응 정도를 완화하거나 아예 신경의 일부 기능을 정지시켜 통증을 치료한다. 통증의 신호는 말초신경→등골→뇌로 전해지는데 이 경로를 교란해 아픔을 못느끼게 하기도 한다.”

-최근 통증 의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데….

“국내에서도 70년대 일부 대학병원에 통증치료실이 있었지만 다른 질환으로 생긴 통증을 주로 관리했다. 90년대 이후에는 본격적인 통증 전문 개원의가 잇따라 등장했으며 미국 일본 등의 앞선 의술도 도입됐다. 국내에서도 훌륭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전에는 아파도 별 대책이 없던 환자가 이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통증클리닉에서는 어떤 통증을 다루나.

“허리 목 어깨 팔 다리 등의 통증, 근육 긴장형 두통, 얼굴 한쪽이 찌르는 듯이 아픈 ‘3차 신경통’ 등 수 백 가지가 넘는다. 수술 뒤 통증도 다룬다. 허리 디스크 환자가 통증 치료로만 효과를 보기도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경우 피부과 치료를 받으면서 통증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통증 치료는 근본 치료가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물론 특정 질환 때문에 급성 통증이 생긴 경우라면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수많은 만성 통증의 경우 통증 자체가 가장 중요한 질환인 까닭에 통증을 해결되면 생활이 딴판으로 달라진다. 통증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치료해야 하며 늦어질수록 치료가 힘들어진다.”

이 교수는 88∼90년 미국 UCLA 의대에서 ‘통증의 세계’를 파고 들었고 귀국하자마자 척추 질환의 하나인 ‘척추관 관절 증후군’을 척추에 바늘을 넣어 특수한 파장의 주파수를 쏘아 치료하는 ‘방사주파 열응고술’을 도입했다.

93년에는 말초신경의 이상 흥분으로 통증이 생기는 ‘신경병증 통증’ 환자의 척추 뼈를 뜯어내지 않고 바늘을 척추에 넣어 통증 시스템을 교란하는 치료법을 시작했다.

또 이듬해에는 등골을 싸고 있는 바깥쪽 막인 경막 조직이 들어붙어 통증을 느끼는 환자의 신경 부위를 특수 관을 이용해 치료하기 시작했다. 97년에는 이러한 환자의 등골 쪽에 내시경을 넣어 치료하는 시술법을 시작하는 등 국내 통증의학계에서 각종 신기록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목이나 어깨의 통증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통증 유발점에 국소마취제를 투여하거나 빈 바늘로 자극하면 좋아지곤 한다. 통증이 발생하기 시작한 초기라면 스트레칭 요법도 도움이 된다. 숨을 내쉰 상태에서 몇 초 동안 아픈 곳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옆으로 최대한 당겨 멈추는 동작을 한 번에 6회씩, 하루 5, 6번 반복하는 것이다. 이같은 통증을 방치하면 나중에 치료하기 힘들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통증관리 베스트 중견의사▼

이름소 속
이상철서울대
윤덕미연세대 신촌세브란스
김용철성균관대 삼성서울
오완수한림대 한강성심
이 청울산대 서울중앙
이윤우연세대 영동세브란스
윤경봉원주의대 원주기독
김건식경희대
심재철한양대
신근만신의의원
윤명하전남대
박종민가톨릭대 강남성모
이원형충남대
김해규부산대
송선옥영남대
송찬우송찬우의원
이영복원주의대 원주기독
성춘호가톨릭대 여의도성모
민경태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최환영을지의대
이영철세연 신경통증클리닉

▼어떻게 뽑았나▼

서울대 의대 마취과 이상철 교수가 통증 치료 부문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5개 의대 마취과 교수 42명에게 △가족 중 만성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있으면 맡기고 싶고 △치료와 연구 실적이 뛰어난 △50세 이하 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이다.

일부 대학 교수는 재활의학과 의사도 추천했지만 재활의학 부문은 다음주에 다루므로 이번에는 마취과 의사들만 소개한다.

연세대 의대 윤덕미 교수는 75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뒤 원주기독병원을 거쳐 ‘모교의 맞수’ 연세대에 입성해 83년부터 통증클리닉을 이끌고 있다. 윤 교수는 암 환자에게 진통제를 투여하는 대신 특정한 신경 덩어리를 약물이나 고열 등으로 차단해서 통증을 없애는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성균관대 의대 김용철 교수는 85년 전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상경’해 서울대병원, 한양대 구리병원 등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삼성서울병원 통증관리센터를 맡고 있으며 만성 요통과 수술 뒤 통증 관리의 권위자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조사에서 아주대 의대 김찬 교수도 ‘선두권’을 위협하는 추천을 받았지만 김 교수는 나이가 이번 선발 기준 연령을 넘는 51세라 표에서는 제외했음을 밝혀둔다.

추천 의사의 점수를 소속 병원 별로 집계한 결과는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한강성심병원, 강남성모병원, 서울중앙병원 등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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