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이 중단된 ‘파스’는 만성 중증결핵환자에게만 투여되는 약이다. 결핵 초기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2차약이 듣지 않을 경우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권하는 게 ‘파스’다. 중증 결핵환자의 경우, 다른 약에는 이미 내성(耐性)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파스’ 공급이 중단되면 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내성이 강해진 결핵균이 퍼져 다른 사람의 건강까지도 위협하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 10만여 결핵환자 가운데 1만여 명에 이르는 만성 중증환자들 대부분이 극빈층이라는 데 있다. 이들은 약을 먹는 외엔 다른 치료를 받을 여유가 없어 ‘파스’ 공급이 끊어지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근본 원인은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에 있다. 결핵전문 의료기관인 서울 서대문병원이 ‘파스의 공급이 중단돼 적절한 치료가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립보건원에 보낸 것이 지난달 17일이다. 서울대병원도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파스 공급에 지장이 없도록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제약회사들과 접촉해봤으나 채산성이 맞지 않아 파스를 생산하려는 곳이 없다’고 했지만 이는 무책임한 변명일 뿐이다. 꼭 필요한 약이라고 판단되면 약값을 다소 올려주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생산하도록 하는 게 국민건강을 책임진 보건당국의 바른 자세다.
문제가 불거지자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파스를 생산할 업체를 찾겠다”고 했지만 가격 문제가 타결돼도 원료를 수입해 약이 나오기까지는 앞으로 한 달 이상 더 걸린다고 하니 보건당국의 늑장행정에 결핵환자의 고통만 커지게 됐다. ‘파스’의 생산은 빨리 재개되어야 한다. 그때까지는 당장 약을 수입해서라도 환자들에게 공급해야 한다. 이번 일은 특히 중증결핵환자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건강이 걸린 문제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