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군납비리 발본색원해야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37분


대규모 군납(軍納) 비리 의혹이 또 불거졌다. 80년대부터 군 시설 공사를 맡아온 건축자재업자 박모씨가 현역 장성급을 포함한 군 관계자 수십명에게 수시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씨가 재판 과정에서 진술했다는 내용이다.

올해만 해도 이번이 벌써 몇 번째 터져 나오는 군 비리의혹인지 모르겠다. 얼마 전엔 국방부 조달본부 소속 군무원 한 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8월에는 군 정보화사업을 담당하는 주무 과장(현역 대령)이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3월에는 또 문일섭(文一燮) 전 국방차관의 자택 도난사건에서 비롯된 뇌물수수 혐의가 한동안 사회를 시끄럽게 했다. 국가 안보를 책임진 군에서까지 이토록 시도 때도 없이 비리의혹의 악취가 풍겨 나오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번에 박씨가 밝힌 사안은 일회성 뇌물수수 사건이 아니라는 심증이 짙다. 박씨가 80년대 초반 공병 장교로 전역한 뒤부터 군 시설 공사를 해왔다는 점, 박씨가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현역 및 예비역 장성과 장교 군무원 등 수십명에 달한다는 점 등을 볼 때 그렇다. 그렇다면 박씨는 지난 20년 동안 뇌물로 군 공사를 따온 셈이고, 비리의 뿌리도 그만큼 깊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그동안 비리의혹이 터질 때마다 수사를 시작하는 듯하다가 유야무야 덮어 버리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장성급과 영관급 장교를 포함해 3명선에 불과하다”며 일단 축소하고 보려는 인상이 짙다. 그러다가 나중에 사건 전모가 대규모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군당국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묻고 싶다. 군 당국은 4월 박노항(朴魯恒) 원사의 검거로 재개된 병역비리 수사 때에도 “정치권에서 연루된 인사는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놓아 국민의 빈축을 사지 않았나.

각종 부정과 비리는 사회 모든 부문에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군내에서의 비리는 더욱 철저하게 파헤쳐 엄단해야 한다. 국방을 책임진 군은 전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따라서 국민 신뢰를 생명으로 삼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비리 의혹에 대해 군 당국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우리는 그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이번에도 수사가 흐지부지 끝난다면 국민의 불신은 더 쌓이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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