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참여 '봇물' 이기주의 걱정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31분


의사들이 정치 활동을 선언했다. 의약분업을 바로잡고, 의사가 주체가 된 의료정책을 세우기 위해 정치 세력화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법을 고쳐서라도 정치 활동을 하고야 말겠다고 밝힌 것이 10일이다. 겨냥하는 바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정년 연장 같은 정책 환원이다. 정권이 레임덕에 접어들고, 선거철이 다가오는 데 따른 이익단체들의 ‘참여 폭발’로 볼 수밖에 없다. 저마다 정치를 볼모 삼아 ‘내 몫’만 외치면 공익 국익이 설 땅은 어디인가 우려하게 된다.

의협은 물론 ‘국민을 위해’ 정치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의약분업도 ‘국민의 불편’을 야기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임의조제 같은 것을 막지 못한 실패한 제도이므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목표로 의협에 ‘정치 세력화를 위한 특위’를 구성해 내년에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열어 의료계 입맛에 맞는 후보인지 검증한다고 한다. 또 능력있는 의사의 정계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고 한다.

교원단체들도 ‘국민을 위해’ 정치 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교총은 교육 붕괴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상황이기에 정치에 나서야 하고, 교원과 교원단체의 정치 활동을 막고 있는 각종 법은 고쳐야 한다고 한다. 전교조 역시 ‘바른 교육’을 위해 내건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2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교수 노조도 ‘교육의 공공성’쟁취 등의 기치를 내걸고 대학 개혁의 주체가 되겠다며 10일 출범식을 강행했다.

의료 교육분야에서 쌓여온 모순과 폐단, 그리고 개혁의 부작용을 정치 활동에 나서는 명분으로 삼는다. 그러나 ‘국민을 위하여’라는 수사(修辭)를 걷어내면 그 뒤에는 직역 집단의 이기주의도 똬리를 틀고 있음을 누가 부인할 것인가. 그러한 의사 교원 등의 ‘내 몫 찾기’투쟁이 달아오르고 예컨대 어렵사리 맺은 의-약-정 합의 같은 것이 깨질 경우의 사회적 파란, 교사들의 불법 파업 등이 몰고 올 혼란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관광호텔 업계는 슬롯머신과 증기탕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내년 월드컵 때 외국 선수와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고 나서고 있다. 택시노조는 완전 월급제를 해야 한다며 이달 말에 서울에서 차량투쟁을 벌인다고 한다. 택시노조가 성명서에서 “월드컵대회와 지방선거 대통령선거를 앞둔 올해가 아니면 택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힌 데서 이익집단들의 내심을 읽게 된다. 내 몫 찾기도 공익의 틀 안에서 정도와 순리를 좇아야 한다. 선거철 인질극으로 끌고 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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