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불쾌곤충 害 없지만 혐오감… 도시화 따른 인식差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28분


최근 어느 아파트 단지에 무당벌레 떼가 몰려들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곳을 찾다가 아파트로 몰려든 것이다. 무당벌레 외에도 요즘 햇볕이 잘 드는 창가를 보면 노린재, 하늘소 무리가 몰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요즘 집안으로 들어오는 곤충들은 징그럽게 느껴지지만 사람에게는 전혀 해롭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병원균을 옮긴다든지 해서 해를 끼치는 해충과 달리 사람에게 불결감, 공포감이나 생활의 불편만 주는 곤충을 ‘불쾌곤충’이라고 부른다.

불쾌곤충은 도시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시골에서는 일상적인 곤충이 도시에서는 혐오감을 주는 불쾌곤충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시골 집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귀뚜라미, 노래기, 노린재, 깔따구 등이 도시 가정에 나타나면 불결하고 혐오스러운 침입자로 낙인찍힌다.

반면 시골에서는 병원균을 옮기는 해충이 위생상태가 좋은 도시에서는 불쾌곤충이 되기도 한다. 연세대 의대 이한일 교수(기생충학교실)는 “도시에서 인간과 같이 살아가는 곤충 대부분은 해충이 아니라 불쾌곤충”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해충으로 인식되고 있는 모기나 바퀴벌레도 도시에서는 병원균을 옮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 모기가 옮기는 질병이 없는 유럽에서는 모기를 불쾌곤충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해충방제회사들도 실제로는 불쾌곤충을 집에서 몰아내는 것을 주 업무로 삼고 있다.

그런데 불쾌곤충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이 질병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 예가 ‘진드기 노이로제’ 침대 밑이나 가구 틈새에는 수백만마리의 집먼지진드기가 살고 있다.

집먼지진드기는 곤충의 사체나 사람의 피부 부스러기를 먹고산다. 먼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천식 피해를 주지만 살아 있는 피부에는 살지 않으므로 사람을 무는 경우는 없다.

그렇지만 진드기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은 몸에 진드기가 기어다니며 문다고 고통을 호소한다. 심한 경우 온 집안을 살충제로 가득 채우고 집을 떠나 호텔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진드기 공포증에 걸린 환자들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의 30∼40대 고학력 여성인 점. 지나친 청결의식이 잘못된 상식과 결합돼 병을 부른 경우다.

이에 비해 알레르기는 실제로 신체 이상을 가져오는 드문 경우다. 깔따구는 모기처럼 생겼지만 침이 없어 사람을 물지 않는다.

불빛을 좋아해 전등에 떼로 몰려들고 널어놓은 빨래에라도 부딪히면 금방 부스러져 얼룩을 남기는 대표적 불쾌곤충이다. 그런데 강이나 저수지가 있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알레르기 환자의 70∼80%는 깔따구의 사체가 말라 부스러진 가루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환자는 보통 경제 발전에 비례해 늘어나는 대표적인 선진국형 질병이라고 한다. 인간사회의 변화에 따라 아무 해도 끼치지 않던 곤충이 자신도 모르게 불쾌곤충이 됐다가 다시 해충으로까지 변한 셈이다.

한편 불쾌곤충 중에는 사람에게 이로운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어 식물에 도움을 준다. 서울대 우건석 교수(농생물학과)는 “외국에서는 상자에 헝겊과 설탕물을 넣어 집안으로 들어오는 무당벌레를 모은 다음 겨우내 창고 등에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에 정원에 풀어주고 있다”면서 “이러한 일은 정원 관리에도 좋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좋은 자연교육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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