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유럽의 신도시(下)]프랑스 세르지 퐁트와즈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9시 05분


예술의 나라 프랑스가 수도인 파리 서북쪽 30㎞ 지점에 조성 중인 신도시 ‘세르지퐁트와즈’는 파리의 인구 분산을 위해 조성된 5개 신도시 중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1969년 착공해 내년에 최종 사업이 마무리되는 이 곳은 3단계에 걸쳐 개발하면서 건축물을 단계별로 다르게 설계, 인공미나 획일성을 최대한 억제했다. 인구 17만9000명(99년말 기준)이 입주해 살고 있는 주택 6만5000가구를 모두 다르게 짓도록 했을 정도다. 우와즈강을 막아 만든 30만평 규모의 인공호수를 배경으로 전원풍 주택과 첨단 이미지로 무장한 상업업무시설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인공호수는 주민들이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상스키를 포함, 다양한 수상레저 시설물을 설치했다.

입주민에 충분한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도시 면적(2340만평)의 8.5%인 198만평에 각종 기반시설을 갖춘 6개의 업무단지를 조성했다. 현재 이곳에 입주한 기업은 3500개(98년말 기준)에 달한다. 일자리도 69년 1만5000개에서 98년말 8만4000개로 늘어났다.

교육시설도 완벽에 가깝다. 83개의 유치원 및 초등학교, 19개의 중학교, 11개의 고등학교, 13개의 대학교 이상 고등교육기관이 들어섰다. 학교는 학생들이 걸어서 통학할 수 있도록 대부분 주택가 한 가운데 지어졌다.

대중교통시설도 훌륭하게 갖췄다. 세르지 퐁트와즈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16개 노선버스가 있어 승용차 없이도 생활이 불편하지 않다. 여기에 안전을 위해 도심에선 차들이 다니는 도로는 지상 1층에 두고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지상 2층에 두는 ‘보차(步車) 분리 설계’를 도입해 교통사고가 거의 없는 도시를 만들었다.

프랑스가 세르지 퐁트와즈를 성공적인 신도시로 조성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의 밀턴케인스와 마찬가지로 30년이 넘는 장기 계획을 갖고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

또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보다는 전체 사업지구를 몇 단계로 나누고 순차적으로 건설하면서 시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토록 한 것도 성공 요인이었다.

여기에 철저한 관리 운영 시스템을 갖춘 것도 성공을 가능케 했다. 프랑스는 신도시 개발 초기에는 한국의 토지공사와 비슷한 정부 조직인 공공개발공사(EPA)를 활용해 계획을 세우고 개발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당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관리 조직인 ‘상(SAN·신도시관리협의회)’을 조직해 신도시의 관리를 맡도록 한다. ‘상’은 도시계획부터 경제 교통 환경 스포츠 등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결정하고 집행한다. 토지 분양만 끝나면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는 한국 정부의 신도시 개발 방식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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