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훈/한승수장관은 부재중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18분


‘8개국 정상 및 31개국 외교장관과 국제정세 논의.’(1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면담해 북한문제 논의.’(11일)

‘각국 외교장관 및 국제기구 대표들과 환담.’(12일)

요즘 외교통상부 기자실엔 한승수(韓昇洙) 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으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펼치고 있는 ‘활약상’을 알리는 보도자료가 거의 매일 배포되고 있다. 이런 내용은 외교부 홈페이지의 ‘한 장관의 해외 외교 활동’이란 코너에도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유엔총회의장은 5개 대륙의 지역 대표국이 돌아가며 1년씩 맡는 ‘의전적’ 자리. 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고, 국제 외교의 심장부에서 세계 각국 수뇌들을 상대로 외교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한 장관이 유엔총회 의장 취임 이후 외교부가 ‘새는 바가지’처럼 계속 집안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 한일 꽁치협상 파문에서부터 중국 당국의 한국인 처형과 관련한 ‘망신 외교’에 이르기까지 외교부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연발하는 동안 한 장관은 유엔에서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그가 9월12일 유엔총회 의장에 선출된 뒤 국내에 머무른 기간은 채 한 달이 안 된다.

어느 집단이든 지휘감독 책임자가 자리를 비우면 조직이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사고가 터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후 처리마저 엉망인 것은 이와 관계가 있다. ‘망신 외교’와 관련해 영사업무 개선책을 준비한다던 외교부의 ‘특별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깜깜 무소식인 상태로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회 외교통상위가 열릴 때마다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안일을 챙기든지, 바깥일에 전념하든지 양자 택일을 하라”는 질타가 터져 나온다.

외교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만신창이가 됐다. 이제는 집안일을 챙겨줄 장관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훈<정치부>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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