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광표/문화재는 내놓은 자식?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감사원이 7일 발표한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 감사 결과에는 문화재 관리 및 행정의 부실상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 지난 5년간 동산문화재 5655점 도난, 사찰문화재 현황 파악 부실, 발굴 유물 보존처리 부실, 중앙박물관 소장 유물 정리 및 등록 미비, 서울 용산의 신축 중앙박물관 앞 미군 헬기장 이전 협상 난항 등.

당연히 문화재청과 중앙박물관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문화재청이 1998년 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판명된 129건 중 39건을 보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불요불급한 보수에 400여억원을 들인 점, 중앙박물관이 신속히 보존 처리해야 할 유물을 방치하고 전시유물 위주로 보존 처리해온 점 등은 비판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10여년 전부터 지적됐지만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을 인력 부족에서 찾고 있다. 매년 400여건의 발굴을 승인하고 관리하는 문화재청 직원은 4명, 국보 보물 시도지정 문화재 등 지정 동산문화재 1600여점을 관리하는 직원은 3명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수십만점의 발굴 유물을 보존 처리할 인력은 문화재청에 10여명, 중앙박물관에 10여명이다. 경주박물관을 제외한 다른 국립지방박물관에는 보존 인력이 1명도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화재청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용산 중앙박물관 헬기장 이전 협상 난항이 단적인 사례다. 중앙박물관이 5년째 미군과 협상을 해오고 있지만 미군은 요지부동이다. 총리실 외교통상부 국방부 문화관광부 서울시 등 관련 부처가 힘을 합쳐 협상해야 할 문제인데도 몇몇 부처들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전국에 수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감사 결과가 나올 게 분명하다.

이광표<문화부>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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