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종목별명은 시장 반응 판박이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42분


“완전히 ‘물먹는 하마’군. 감당이 안 돼.”

10월25일 강원랜드가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면서 폭발적인 거래대금과 함께 상한가 행진을 계속하자 증권가에서는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지난달 29일 이후 6일 연속 거래대금 1000억원대를 기록했고 지난달 30일에는 거래대금이 무려 3563억원으로 당일 전체 거래 대금 1조6392억원의 5분의1을 기록했다. 강원랜드가 코스닥시장의 돈을 ‘완전히 빨아들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명이 ‘물먹는 하마’.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종목이나 시장 상황에 맞는 여러 별칭들이 알려져 있다. 이 중에는 재치가 담겨져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웃음 짓게 하는 것도 있는 반면 투자자의 한탄과 슬픔이 짙게 배어 나오는 것도 있다.

고가주로 널리 알려진 SK텔레콤은 지난해 2월 장중 한 때 주가가 5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라는 별칭을 얻었다. ‘백성’들의 호응이 별로였는지 이후 황제주는 하락을 거듭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역사 드라마를 빗대 “황제는 너무하고 ‘태자(太子)주’ 정도면 되겠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지난해 2월18일 장중 한때 30만8000원까지 치솟았다가 3개월여만인 5월29일 장중 한때 1만6700원까지 추락한 새롬기술은 하락하는 그래프 기울기가 너무 급격해 ‘폭포주’ ‘절벽주’라는 별칭을 얻었다. 소설 제목에 빗대 ‘추락하는데도 날개가 없다’는 의미에서 ‘무(無)날개주’라는 별칭도 생겼다.

9일 국민은행과 통합해 초우량주로 재상장될 예정인 주택은행은 과거 별명이 머슴주였다. 다른 은행들이 활발한 기업여신으로 실적과 주가를 함께 올릴 무렵 정부의 주택정책자금과 서민들의 쌈짓돈만으로 머슴처럼 주어진 일에 충실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그러나 그 우직함 덕택에 지금은 어엿한 우량 은행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담배 한 갑 가격에도 못 미치는 주식으로 전락한 하이닉스반도체는 저가주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데이트레이딩의 표적이 되면서 ‘데이트레이더의 영원한 벗’이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을 얻었다.

주가 등락이 심한 코스닥 시장에서 탄탄한 실적으로 주가가 연초 9940원에서 5일 2만5000원까지 오른 삼영열기의 별칭은 ‘애널리스트 열기’. 재무구조가 간결하고 수익구조가 명확해 분석이 쉬운데다 기업도 믿을만해 애널리스트들이 가장 좋아하는 종목으로 꼽히기 때문.

또 최근 경기 지표나 기업 실적은 부진한데 주가만 나홀로 오르는 현상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경증분리(經證分離)’라고 부르고 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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