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의 이런 분분한 ‘시국 처방’논란은 딱하게도 후보군의 정략적인 권력 투쟁처럼 비치고 있다. 물론 인적 쇄신이나 후보 가시화가 당내의 인적 비중을 바꾸는 일이고, 따라서 후보군의 이해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가뜩이나 정권에 실망해 오고 냉소하던 국민이 보기에는 뼈를 깎는 자성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밥그릇 싸움’ ‘잿밥 투정’을 벌이는 듯해 더욱 개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민주당내 논란이 길어지고 처방이 늦어지면 가뜩이나 멀어진 민심은 더욱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당내의 목소리는 여러 갈래지만 딱 한 가지 일치하는 것도 있다. 바로 민심수습이 시급하고 절박한 일이며, 그렇지 않으면 영영 민주당 정권이 표류하고 말 것이라는 인식이다. 여기에서 답을 구해야 한다. 차가운 민심을 서둘러서 되돌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감대 에서 계파와 개인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획기적인 쇄신 처방을 내리는 길뿐인 것이다.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에게 그 책임과 권한이 주어져 있다. 김 대통령은 소장파 등의 쇄신요구에 늘 미지근한 답으로 일관했다. 단행 시기를 질질 끌고, 측근을 다시 중용하는 식으로 쇄신과는 거꾸로 가곤 했다. 그래서 겉으로는 물러나 있는 동교동 실세도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게 되고, 그 때문에 국민의 실망은 깊어지고 당내 소장파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거칠어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정권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동교동계나 특정 후보군의 이해 관계를 훨씬 뛰어넘어 국민에게 감동과 공명(共鳴)을 주는 획기적인 쇄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야말로 미봉이 아니라 사즉생(死卽生)의 결단으로 당-정-청을 쇄신함으로써 자기 혁신의 의지를 보이고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소리(小利) 소아(小我)에 집착하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일대 쇄신을 단행하라. 민심은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