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감시국' 굴레 언제 벗나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53분


언제까지 우리나라가 ‘언론자유 탄압 감시대상국(Watch List)’이란 굴레에 얽매여 있어야 하는지 또 한번 참담한 심정이다.

지난달 초 한국을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던 국제언론인협회(IPI)는 이의 해제문제를 논의한 끝에 계속 같은 지위를 유지시키기로 했다. 한국의 언론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본 것이다. IPI는 이날 러시아 스리랑카 베네수엘라 한국에 이어 짐바브웨를 새로 감시대상국에 선정했는데 한국이 이와 같은 수준이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IPI는 특히 구속된 언론사 대주주 3명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처사는 국제적 사법기준에 어긋난다며 보석이 허가되지 않은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인신구속 장기화가 IPI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언론사 대주주들의 구속상태는 이미 2개월을 넘기고 있다.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법리를 무시한 채 이처럼 오랜 기간 인신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IPI가 이들의 체포 및 구금을 언론을 탄압하고 협박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이루어진 조치라고 규정하고, 편집권 침해 시도와 경영에 대한 재정적 압박시도를 삼가라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상황들이 재판부에 대해 언론자유라는 국제적 원칙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사용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중요 판단근거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줄곧 한국은 언론자유가 보장된 나라라는 점만 되뇌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사 대주주가 구속되는 등 언론이 정권의 물리적 힘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이 같은 말들이 언론현장에는 참으로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에는 야당의원들이 연명한 ‘언론탄압 중단 및 구속언론인 석방촉구 결의안’도 제출돼 있다. IPI 등 국제사회가 지적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다.

집권측은 ‘한국은 지금 언론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근본원칙을 지지하는 국가라고 널리 알려진 명성을 스스로 훼손시키고 있다’는 IPI의 지적을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언론과 정권의 긴장관계는 필요하지만 이처럼 가파른 대치상태가 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언론사태의 장기화는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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