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도시는 보수중]마감재-공법 종합점검 필요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58분


《‘하자보수’ 요구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신도시 아파트들에 다른 문제는 없을까? 건축 전문가들은 누수 균열 등 외부로 드러나는 하자 외에 일부 아파트 구조물 내부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설 당시 급속히 증가한 자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세척하지 않은 바닷모래 등 불량 자재가 사용된 데다가 공기에 쫓겨 정밀

시공을 하지 않았다는 일부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수명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바닷모래 파동은 끝났나〓신도시 조성 초기부터 대두된 문제였다. 당시 상당수의 건설업체들이 바닷모래를 제대로 씻지 않은 채 골재로 사용해 소금기에 의한 철근 부식이 초래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었다.

이에 따라 건설부는 91년 대한건축학회에 의뢰해 수도권 5대 신도시 아파트 690개동의 염분 함유량을 조사했다. 결과 당시 기준인 염분 농도 0.04%를 넘는 아파트가 전체의 34.3%인 237개동에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 건축학회는 조사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레미콘 KS 허용 기준치를 무시하고 콘크리트 구조물 한계 허용량인 미국 기준 0.12% 이상인 19개동에 대해서만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대구대 건축공학과 정재동(鄭載東) 교수는 “조사에서 염분 함유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자 파장을 우려해 우리보다 느슨한 미국 기준을 적용했다”며 “아직까지 직접적인 염분 피해가 나타났다는 보고는 없지만 지금도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20년 정도 지난 아파트가 재건축되기 때문에 해사에 의한 피해가 발견되고 있지 않지만 일본의 경우 해안도시 아파트는 염분 피해 때문에 헐고 다시 지은 경우도 있다”며 “고층으로 지어져 재건축이 힘든 아파트의 경우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닷모래가 왜 위험할까〓바닷모래에 남아있는 염소 이온이 철근을 부식시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염소 이온이 콘크리트 내부에 장착된 철근의 피막을 손상시켜 녹을 만들게 되면 철근 체적이 2.5배 가량 팽창된다. 이럴 경우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겨 공기나 물이 침투해 콘크리트 성분인 이산화칼슘을 탄산칼슘으로 중성화시켜 철근과 콘크리트를 분리시킴으로써 건물의 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의호방식기술컨설팅 이의호(李義鎬) 대표는 “지상 콘크리트 구조물은 공기 때문에 건조 상태가 유지돼 별 문제가 없지만 지하주차장의 경우 지하수와 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사에 의한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콘크리트 표면에 도료를 바르거나 타일을 붙여 수분침투를 막고 콘크리트 표면에 미세한 전류를 흐르게 해 부식을 막는 등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대 신도시 입주시기 및 현황
신도시최초
입주시기
인구수(명)가구수동수
(棟數)
분당92년8월39만82069만20101573
일산92년8월28만90087만5461146
산본92년4월16만51394만482478
평촌92년3월15만62913만8911479
중동92년12월16만51394만409482

▽조립식 공법도 문제〓신도시 건설 당시 공기 단축을 위해 적용된 조립식 공법(PC)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PC공법은 건축물의 기둥, 보, 슬래브, 벽과 같은 부재들을 미리 공장에서 제작해 와 조립하는 공법.

1891년 프랑스 카지노 빌딩 건설에 처음 사용됐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주로 창고나 공장 등을 위주로 발전하기 시작하여 전후 신속한 복구의 필요성에 의해 다양한 공법이 개발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이 공법은 그러나 부재 접합 부위를 정밀하게 일체화시키지 않을 경우 균열 가능성이 있다. 신도시 아파트 건설 당시 인력과 자재난으로 일부 정밀시공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감사원은 92년 분당신도시에 건설중인 아파트 19개동에 대해 감사한 결과 PC부재 수직 접합부위의 콘크리트 타설이 부실해 연쇄 붕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도시 건설 당시 주택 부족에 따른 사회 불안을 염려한 청와대에서 매일 공기 진척 정도를 체크했기 때문에 공기 단축이 가능한 PC공법으로 건설된 아파트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정밀 시공이 필요한 PC자재를 아파트를 불량 자재로 일체화시키다보니 접합 부위에서 많은 하자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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