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금리인하 경제 심각성 반증"…미증시 초반 급락

  • 입력 2001년 10월 3일 18시 50분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가 3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금리 인하를 맞은 미국 주식시장은 마감 직전 반등하긴 했지만 인하 발표 직후에는 오히려 급락세를 보이는 등 예견됐던 ‘재료’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이번 추가 금리인하는 미국 경제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오히려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인하의 배경 및 효과〓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직후 발표문을 통해 “테러 사태가 이미 허약해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테러 사태로 인해 기업 및 소비지출이 더욱 위축되고 있어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꾀할 수밖에 없다는 뜻.

그러나 이번 금리 추가 인하가 악화일로에 있는 미국 경제에 당장 효과를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금 미국 경제는 소비 심리의 회복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추가 테러 위협과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금리를 내린다고 소비심리가 곧바로 개선되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FRB가 다음달중 또 한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을 벌써부터 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이번 금리 인하를 경제 회복에 대한 ‘청신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예상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경제 사정에 대한 ‘우려’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금리를 내릴 만큼 내려 이제 경기 부양을 위한 ‘총알’이 바닥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 정책 외에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직접적인 경기부양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및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미국 증시는 금리 인하 직후 급락세에서 장 막판 급반등세로 돌아섰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13.76포인트 오른 8,950.59를, 나스닥지수는 11.87포인트 상승한 1,492.33을 각각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막판 랠리는 투자자들이 증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테러 충격에 대해 FRB가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발표 직후엔 ‘단기 리스크’가 부각됐다가 금리 인하가 장기적으로 가져올 효과를 내다본 투자자들이 ‘장기 낙관론’에 공감했다는 것.

이날 블루칩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덜한 구경제주식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도 투자자들의 장기적인 시각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가 바이런 위언은 “현재 주가는 매력적인 수준이며 지금이 장기적인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단기적인 변동성을 피해 경기방어주나 자산주 등에 관심을 가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우증권은 수출산업의 단기적인 피해가 예상되므로 수출위주 기업보다는 내수 우량주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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