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공동저자 샤론 레흐트

  • 입력 2001년 9월 28일 19시 32분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출간돼 지금까지 140만부 이상 팔린 초특급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의 공저자 샤론 레흐트(47·여)가 한국을 방문했다. 함께 책을 쓴 일본계 미국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해진 인물. 그러나 기요사키의 동업자이자 공인회계사, 세 아이의 엄마인 샤론은 그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 여장을 푼 레흐트씨 부부를 단독으로 만나 ‘자녀를 부자로 만드는 교육법’을 물었다. 금발이 매력적인 샤론은 호텔 뒤편 원구단과 객실을 오가며 계속된 인터뷰 내내 정력적으로 그의 교육법을 설명했다.》

“‘부자가 되는 법’을 열심히 전파했더니 이젠 절 ‘부자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만큼 어깨도 무거워졌어요.”

-‘부자 되는 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을 위해 일하지 말고,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겁니다. 아무리 월급이 많고, 안정된 직장이라도 피고용자는 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엄청난 세금에, 지출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다보면 ‘돈을 위해 일하면서 해고당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고용인이 돼야 합니다.”

물론 샤론도 96년 8월 남편의 소개로 기요사키를 만나기 전까지는 “왜 공부를 해야 하죠?”라는 아이들의 물음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대학에도, 안정된 좋은 직장에도 들어갈 수 없고 부자도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던 ‘가난한 엄마’였다.

과연 그 뒤로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부자 되는 법’을 자신도 제대로 실천하고 있을까. 또 신용카드 빚에 허덕였다고 책에 언급했던 큰아들 등 그의 자녀들은?

“전 회계법인에서 일하지만 기요사키와 함께 미국 애리조나에 세운 금융교육 컨설팅회사 ‘캐시플로 테크놀로지’의 대표이기도 해요. 큰아이는 이 회사의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면서 카드빚을 말끔히 정리한 뒤 개인적으론 부동산사업을 하고 있고, 둘째는 양로원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대학 다니는 막내는 돈이 나무에서 열리는 줄 알고 있지만….”

물론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일찌감치 ‘돈 교육’을 시켜야 한단다.

“세계 어느 나라나 똑같지만 학교와 집에서는 돈과 경제의 속성을 가르쳐주지 않아요. 하지만 부자 아빠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경제교육 실습을 시킵니다.”

예를 들어 아이와 함께 햄버거 가게에 갈 때는 이렇게 말해주며 ‘돈을 위해 일하는 것’과 ‘돈이 자신을 위해 일하도록 하는 것’의 차이를 일깨워준다.

“저기 계산대 뒤에 점원 보이니? 저 여자는 일하는 만큼만 보수를 받지. 이런 직원 몇 명이면 가게를 운영할 수 있어.”

“이 가게의 주인은 누굴까?…아냐, 틀렸어. 그는 아마 여기 없을 거야. 가게는 주인이 없어도 돌아가기 때문이지. 대신 그는 다른 사업을 구상하거나 골프를 치고 있을 수도 있지.”

직장에 다니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업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Not to earn, but to learn)여야 한다는 점도 가르친다.

아이들 경제교육은 그 전에 용돈 주기부터 시작된다. 언제부터, 얼마나, 어떻게 주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한 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샤론은 강조했다.

“숙제를 잘 했다고, 집 앞마당을 쓸었다고 용돈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경제적 보상 없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데도 그 때마다 용돈을 주는 것은 ‘뇌물’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고, 부모로서의 권위를 포기하는 겁니다.”

학교에서 ‘부자 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비판했는데 혹시 네번째 아이가 생긴다면 학교에 보내지 않을 작정이냐고 다소 짓궂게 물었다. 그는 ‘이 나이에?’라는 표정을 짓더니 “그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때쯤에는 기요사키와 함께 개발한 ‘어린이를 위한 캐시플로게임’이 모든 학교에 보급돼 있길 바란다”고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부자 아빠…’ 시리즈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을 묻자 “‘왜 이런 책을 20년 전쯤 쓰지 않았느냐’는 원망이 가장 많았다”고 소개했다. 일본 중국 대만에 이어 5주일간의 아시아 여행의 종착지로 한국을 택한 레흐트씨 부부는 다음달 2일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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