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윤득헌/월드컵 계기 스포츠산업 키우자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26분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 사용되는 배트나 공 또는 의류, 운동화를 만드는 회사의 업종은 스포츠산업인가, 용품이나 의류 제조업인가.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 기업의 업종은 스포츠산업인가, 건설업인가. 골프나 스키 여행을 주업무로 삼는 기업의 업종은 스포츠산업인가, 관광산업인가.

스포츠와 관련됐거나 스포츠를 매개로 한 사업을 보통 스포츠산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스포츠산업의 정의나 범위를 정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산업분류표상에도 스포츠산업은 오락 문화 및 운동 관련 산업으로만 분류돼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포츠산업은 그 분야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에이전트업, 스포츠정보업, 선수양성업 등은 좋은 예이다. 스포츠를 매개로 홍보 광고 판촉을 함으로써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스포츠마케팅은 이미 일반화된 상태이다. 특히 미국은 기업의 3분의 2가 스포츠를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다. 스포츠산업의 투자수익 때문이다.

스포츠산업은 사실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골프여왕 박세리 선수의 예를 보면 간단하다. 박 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대회에서의 우승은 후원기업의 이미지는 물론 생산제품의 인지도를 높였고, 당연히 제품의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박 선수로 인한 골프지망생 및 골프 해외유학생 증가는 골프용품업계와 여행업계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골프장사업, 언론매체에 미친 효과나 나라의 수입 기여도 적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산업의 부가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은 미국의 스포츠 관련 산업이 90년 이후 매년 65%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는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미국의 스포츠 관련 산업의 규모는 자동차산업의 2배, 영화산업의 7배라는 것이다. 일본이 스포츠산업을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선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스포츠산업을 용품업 시설업 서비스업으로 나눠 취약한 인력 기술 정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스포츠산업 육성대책을 내놓았다. 독자 브랜드 없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출이 70.2%인 용품업의 경우 용품인증제도 등을 도입해 지원하고, 시설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위탁경영을 확대하며, 무형의 서비스업을 스포츠산업의 핵심으로 삼기 위해 콘텐츠 등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좋은 얘기이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될 게 있다. 1986년과 1988년에 아시아경기와 올림픽을 치를 때도 정부는 우수업체를 지정하며 스포츠용품의 국제화를 추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서울올림픽은 성공했지만 세계적 상품을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의 아식스, 독일의 아디다스, 미국의 컨버스 등은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이 멀지 않았다. 월드컵은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다. 정부 대책이 월드컵을 겨냥한 것은 아닐 테지만 아무튼 서울올림픽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스포츠산업 육성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스포츠산업을 독립된 산업분야로 분류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윤득헌(관동대 교수·체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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