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IQ 검사도 신토불이"…한국형 검사법 등장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53분


지능지수(IQ) 테스트. ‘산길에서 두 아이가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와 아이들 사이의 거리는 10m. 호랑이는 시속 72㎞로 달려오고 아이들은 100m를 10초에 달릴 수 있다. 어떻게 될까.’

이제까지의 지능검사에서는 ‘호랑이는 1초에 20m를 달리므로 1초 뒤 아이들은 호랑이에게 따라잡혀 달려봤자 헛수고’라는 답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에는 ‘호랑이는 가까이 있는 아이를 덮칠 것이므로 먼저 도망간 아이는 살 수 있다’는 답을 제시해야 정답이다. 이런 정답을 낼 수 있어야 창의적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

지능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서 최근 새로운 지능검사들이 나오고 있다. 크게 보면 가장 한국적인 내용으로 한국인 고유의 IQ를 측정하는 검사와 국제 공용의 탈(脫)문화 검사로 대별된다.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국립특수교육원이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개인별 지능 검사’는 문제 자체에 민속 풍습을 도입했다. 언어 암기 검사에 버나쇠, 곰방이쇠, 벅구 등 남사당 패거리 이름들을 도입한 것이나, 동작성 검사에 삼각형 사각형 평행사변형 조각들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칠교놀이를 이용한 것이 그 예. 교육원은 이번 주까지 14개 연령별로 총 28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표준화 시험을 모두 마쳤다.

박경숙 원장은 “외국에서 개발한 지능검사는 해마다 구입 비용의 7∼10%에 이르는 수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며, 문제도 서구 아동에 맞게 설계돼 한국 상황에 맞지 않았다”면서 “이번에 개발되는 지능검사를 일선 학교 등에 보급해 영재와 정신지체아 판별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MYQ 부설 한국심리교육연구소에서 선보인 지능검사는 탈문화 검사인 레이븐 지능검사. 교육정도나 문화적 특성에 따라 오차가 발생하기 쉬운 언어, 수리 검사를 배제하고 주어진 도형들의 관계를 추리해 비어있는 곳에 맞는 도형을 찾아내는 검사법이다. IQ 검사에서 상위 2%내의 지능 지수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멘사(MENSA)에서도 이 검사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 멘사의 국제 고문 심리학자인 하대현 숙명여대 교수는 “레이븐 검사와 함께 문답형 창의성 검사를 개발해 지능 검사가 소수의 천재를 가려내기보다는 다수의 지능과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수단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능검사를 인터넷 상에서 제공한 한국심리검사도 불규칙한 도형들을 통한 탈문화적 지능검사와 직업별 적성검사를 소개하고 있다.

지능검사는 프랑스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비네가 취학연령에 이른 아동들 중에서 정신지체아를 가려낼 목적으로 1905년 처음 고안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루이스 터먼 교수는 이를 발전시켜 1916년 스탠퍼드-비네 방식을 선보였다. 그 뒤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계기로 미 육군은 스탠퍼드-비네방식을 응용한 필기식 집단 지능검사를 개발했다. ‘육군검사’는 언어능력 수리력 추리력 공간지각력 등 네가지 하위요소로 구성된 현대식 지능검사의 원형이 됐다. 이 방법은 집단의 평균 IQ를 100으로 정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지필식 집단검사보다는 다양한 지능검사도구를 사용하는 개인형 검사인 웩슬러식이나 카우프만식 지능검사가 많이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중앙적성연구소, 국립교육개발원이 한국형 웩슬러식(K-WAIS, KEDI-WISC)을, 문수백 교수(효성가톨릭대)가 카우프만식 지능검사(K-ABC)를 개발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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