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태정 전장관의 처신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40분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이용호 게이트’의 한가운데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을 지낸 김태정 변호사가 서 있음을 주목하게 된다. 물론 변호사는 살인범까지를 포함해 인권을 돌보고 법정 변론 등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직업임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런 직업적 특성을 전제하더라도, 장관 총장을 지낸 김 변호사의 처신은 경력에 어울리지도 않고 비난받을 측면이 있다.

첫째, 이용호씨 사건을 맡으면서 김 변호사는 선임계도 안내고 ‘전화 한 통화’로 1억원을 받았다. 위법은 아니라도 적어도 변호사 윤리규칙과는 어긋난다. 대한변협은 ‘소송위임장 혹은 선임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전화 문서 방문 등 어떤 방법으로도 변론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자율규정을 두고 있다. 변호사와 법조 주변의 악덕 브로커를 구별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약속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 변호사는 ‘내사(內査)단계라서 선임계가 필요없었다’고 하지만, 이미 이씨가 긴급체포되고 관련자가 14명이나 연행되었으며 서류가 사과박스 7개 분량이나 압수된 상황이었다. 장관 총장을 지낸 법조인으로서 윤리적으로도 책잡힐 일을 해선 안될 입장 아닌가.

둘째,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답게 의뢰인과 사건을 골라서 맡았어야 했다. 평범한 변호사들도 의뢰인과 사건의 질(質)을 살피고 변호사 자신의 품위손상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장관 총장을 지내면 변호사 개업을 늦추곤 한다. 장관 총장의 인사권에 목줄을 걸었던 후배 검사들이 전직의 위력에 눌릴 수밖에 없고 부탁 전화 한 통화도 커다란 ‘압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변호사가 기부금조로 사실상의 수임료를 받고, 그 전달자도 조폭출신 사업가 여운환씨로 드러남으로써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이용호 피해자’는 더 늘어난 것도 사실 아닌가.

‘옷로비 사건’이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태정씨가 개재된 사건이기 때문에 ‘이용호 게이트’는 ‘권력형 비리’(참여연대의 표현)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전직 장관이 재임중 그를 따르던 서울지검장에게 전화로 법률적 검토를 부탁했고, 공교롭게도 하룻밤 새 이용호씨가 무혐의로 풀려났기 때문에 다들 ‘권력 작용’이 아닌지를 의심하는 것이다. 옷로비와 조폐공사 파업유도 문제로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은 김태정씨, 그가 수임한 사건으로 검찰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은 그 자신이나, 그를 ‘모셨던’ 검찰에 지극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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