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이래서 명작] 김유정 '동백꽃'

  • 입력 2001년 9월 18일 11시 35분


◇ 일곱 살에 고아, 말더듬이로 교정소를 다니기까지

강원도 춘천군 신동면 증리가 고향인 김유정은 향토색 짙은 토속어를 생동감 있게 구사하여 1930년대 한국 농촌의 실상과 가난한 농민들의 삶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작가다.

김유정은 재동공립보통학교와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연희전문대학 문과에 입학했으나 두 달만에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가 '금병의숙'이라는 이름의 학당을 지어 야학을 통한 농촌계몽운동을 벌이면서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1935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소낙비〉가 당선되고,《조선중앙일보》에〈노다지〉가 입선됨으로써 혜성처럼 등단한 김유정은 29세의 짧은 인생을 마치기까지 불과 2년 남짓한 기간에 30여 편의 주옥 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어린 시절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예닐곱 살 때 부모를 모두 잃은 불우한 환경에다 말까지 심하게 더듬었다.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자신이 말을 더듬는 것을 부끄럽게 느꼈지만, 결국 눌언 교정소에 다니며 말 더듬는 것을 고쳐야만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그는 늘 열등감에 시달렸고 심한 우울증 때문에 항상 혼자 지내곤 했다.

그의 집안은 춘천의 천석꾼 부자였지만 형 김유근의 방탕한 생활로 인해 집안은 졸지에 몰락하고 극도의 정신적 고통과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그는 젊은 시절 심한 치질과 폐결핵까지 앓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유정은 스물 두 살이 되던 해, 운명의 여인 박녹주를 짝사랑하는 열병에 시달려야 했다. 그녀는 김유정보다 네 살이나 연상으로 당대 이름 높은 소리꾼이었다. 박녹주를 만난 다음날부터 그녀에게 매일 사랑의 편지를 띄웠다. 하지만 녹주는 자신의 동생뻘인 유정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유정은 혈서까지 쓰고, 자신이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함께 죽자는 협박까지 했다. 하지만 끝끝내 유정의 마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먹었고 자신의 상처를 보상이라도 하듯 방탕한 나날을 보냈다.

사랑의 열병 때문에 그의 몸은 상할 대로 상했을지 모르지만, 그의 정열은 고스란히 문학작품에 담겨졌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천부적인 언어감각으로 투박하면서도 정확한 문장, 독특한 해학미로 〈봄봄〉,〈동백꽃〉,〈따라지〉,〈산골 나그네〉, 〈만무방〉, 〈땡볕〉,〈금따는 콩밭〉등의 향토색 짙은 단편 작품을 남겼다.

◇ 눈물과 웃음을 함께 느끼게 하는 해학소설의 극치

김유정 소설에는 30년대 한국의 피폐한 농촌 현실 및 도시 서민들의 궁핍한 생활상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러한 사회적 모순이 빚어내는 현실적 고통을 '해학'이라는 방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김유정 소설 세계의 독특한 경지다.

강렬한 비판 정신을 표면에 앞세우는 풍자와는 달리, 해학이란 대상의 부조리나 모순을 드러내기는 하되, 대상을 향한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동정적으로 감싸주는 것이다. 김유정의 소설은 식민지 시대의 사회적 모순에 대한 공격과 비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애정이 담긴 웃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소설은 농촌의 참담하고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독자들은 그의 작품에서 오히려 따뜻한 연민과 웃음을 발견하게 된다. 김유정 문학의 해학적 특성은 '웃음과 슬픔의 이중적 구조'다. 비참한 현실을 그리되 어둡지 않게 밝은 색채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김유정 소설의 건강성이다.

김유정 문학이 보여주는 해학적 특징은 현실 인식이 부족한 '바보형 인물'의 엉뚱한 말들과 희화성(戱畵性), 익살스런 행동으로 인해 그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찾아낼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김유정만의 독특한 문체다. 당대 서민의 생활 감정과 밀착된 생동감 있는 언어 표현은 서민들이 겪는 현실적 고통을 관념적 차원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세계로 구체화시킨다. 특히 그는 언어의 선택에 있어 비속어와 구어를 자유롭게 사용함으로 작품의 토속적 미를 더하고 있다. 순 우리말의 의도적 선택, 지문의 철저한 구어화, 방언과 비속어의 소리나는 대로 적기 등 김유정의 언어는 단지 어휘라는 측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대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려는 작가의 관심과 상관성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옆집에 사는 점순이는 우리집 수탉을 마구 괴롭힌다. 이유도 없이 왜 점순이가 우리집 수탉을 괴롭히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하루는 점순이가 감자를 가져와서 먹으라고 내밀었는데 나는 이래저래 기분이상해 거절하고 말았다. 그러자 무안을 당한 점순이는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더니, 그날부터 우리집 수탉을 괴롭히고, 나무를 하고 오는 내 등뒤에다 욕을 퍼붓기도 했다. 나는 점순네 도움으로 땅을 부치고 있는 우리집 처지 때문에 대꾸 한마디 못하는 것이 더욱 분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순이가 수탉을 괴롭히는 일이 점점 더 심해지고 나는 '안되겠다' 싶어 결국 우리집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여 닭싸움을 시킬 계획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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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최아롱이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서강대 석사를 수료했다. 석사논문으로〈채만식 소설연구〉가 있다.

<제공 : 북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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