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최혜실/美테러 전말 시각적 재구성 신선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33분


신문의 생명은 신속, 공정, 정확에 있고 대형 참사에 대한 보도에서 이 면모는 가장 쉽게 파악된다. 미국에서 발생한 비행기 자폭 테러에 관한 12일자 보도는 상당히 신속하고 기민한 대응이었다고 본다. 한국 시간으로 바로 전날 밤 늦게 일어난 돌발사태이니 많은 사람들이 밤샘 작업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인명피해만도 수만 명에 이르는 규모인데다 세계 모든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주는 일대 참사였다. 좀더 크게 다루어야 했을 사안이었다. 신문을 다시 인쇄하는 한이 있었더라도 첫날 보도에서 자세한 상황을 대서특필했어야 했다.

13일자 신문에서는 사건을 다각도로 접근한 기사들이 실려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됐다. 폐허가 된 뉴욕 맨해튼의 모습과 시민들의 반응, 테러를 저지른 세력에 대한 추정과 그 증거들, 미국 증시의 추락, 각국의 반응과 그 차이점을 다양하게 보도했다. 이 사건이 세계 경제와 정치에 미칠 여파도 상세하게 분석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납치된 비행기 탑승객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알린 급박했던 기내 정황은 사건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특히 목격자의 증언과 외신 보도를 토대로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한 기사는 신선했다. 도표와 테러 상황도 등 이미지와 문자를 적절히 활용해 사건을 독자들에게 잘 정리해서 전달해 주었다. 방송의 생생함과 신문의 분석 능력의 두 장점을 잘 살렸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늘 문제점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외신을 타고 들어오는 미국과 세계의 상황은 잘 정리해 전달하는 데 반해 한국의 대응책이나 상황은 피상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급박하기는 하지만 각계의 전문가들과 자체 인력을 활용해 이번 사건을 한국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기사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냥 신문을 읽는 것과 보도의 지킴이로서 기사를 점검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가장 힘든 부분은 충분한 사전 지식이 없는 분야에서 사실 또는 사건 보도 기사의 진실성을 가리는 일이다.

7일자 1면의 ‘한국 언론탄압 감시국 IPI 만장일치로 결정’이란 제목의 기사는 국제언론인협회(IPI) 특별조사단이 한국을 언론탄압 감시대상 국가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같은 날 다른 신문은 IPI가 한국의 언론 상황을 편향조사했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역시 같은 날, 방송에서는 IPI가 별로 대표성이 없는 단체라는 비난조의 발언이 흘러나왔다.

사설이나 칼럼은 각자의 관점에 따라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해도 괜찮겠지만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기사에서 이렇게 자신들의 주장을 드러내면 독자들은 어떻게 신문이나 방송을 믿을 수 있겠는가? 특히 객관성을 표방하며 외국의 관련 단체들을 끌어들이는 행동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편가르기가 되지 않도록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

최 혜 실(KAIST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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