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최진태/美테러 '합작품' 가능성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40분


미국에 대한 동시 다발적 테러가 발생한 이후의 사태 진전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테러리스트들은 미국과 조지 W 부시 정권을 겨냥해 수개월 이상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물리적 폭력을 통해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표출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테러리즘 행위가 발생한 직후 특정 단체들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건의 심각성과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라는 판단 때문인지 어떤 단체도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고 있어 사건의 배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의 배후로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많은 전문가들이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하고 있다. 빈 라덴은 1998년 발생한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폭탄공격 사건 등의 배후로 지목돼 미 연방수사국(FBI)의 최우선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현재로는 빈 라덴이 배후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사건의 규모나 치밀함에 비춰볼 때 빈 라덴의 단독행위라기보다는 반미주의를 주창하는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하마스, 헤즈볼라 같은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연계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외과의사 출신인 조지 하비시가 이끄는 PFLP는 60, 70년대에 항공 테러리즘을 가장 빈번하게 자행한 단체로 항공테러리즘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를 축적한 단체로 악명이 높다. 최근 이 단체의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무스타파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살해되자 추종자들이 보복을 다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PFLP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테러단체들은 1970년대 초부터 무기 자금 인적자원 분야 등에서 상호 지원하는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테러단체들간의 상호지원은 일본 적군파 소속 테러리스트에 의해 자행된 1972년의 이스라엘 로드공항 학살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소속 테러리스트들의 신상이 공개돼 성공적인 작전 수행이 불가능해진 PFLP를 대신해 2명의 적군파 소속 테러리스트들은 로마에서 체코제 무기를, 프랑크푸르트에서 위조여권을 제공받아 관광객으로 위장한 뒤 프랑스 항공기를 이용해 로드공항에서 테러를 자행했다.

마지막으로 이라크를 포함한 특정 주권국가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근거로 이번 테러에 참가한 범인들 중 일부는 고도의 항공기 조종술을 갖췄다. 세계무역센터에 항공기를 몰고 돌진하는 장면은 45도 각도로 비행해 건물의 손상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고도의 조종술을 갖춘 테러리스트는 단기간에 양성되지 않는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명백한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보복을 천명했다. 그러나 다양한 세력이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러가지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테러리즘을 근절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단체나 주권국가에 대한 철저한 보복과 응징이 필요하다는 것을 국제사회는 명심해야 한다.

최 진 태(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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