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발트3國 “우린 불황 몰라요”…독립10돌 시장경제 햇빛

  • 입력 2001년 9월 11일 19시 23분


1991년 9월 6일 구소련의 핵우산과 공산주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독립국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10년.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고 달려온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이른바 ‘발트 3인방’이 세계 경제의 불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눈부신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年5%이상 경제 성장▼

▽경제성장〓스칸디나비아 SEB은행은 최근 발표한 ‘발트3국 보고서’에서 “발트 3국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 후퇴가 불러온 지구촌 경제 침체의 여파 속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인상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3인방의 선두주자격인 에스토니아에 대해 “지난해 6.9%를 기록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에도 5%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국가 재정이 안정돼 있으며 외국자본은 지속적인 경제개혁 정책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스토니아 중앙은행의 마르텐 로스 부총재는 “수출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경기 후퇴에 취약한 상황”이라며 오히려 지나친 ‘장밋빛 환상’을 경고하고 나설 정도이다.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이후 발트 3국 중 유일하게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을 정도로 탄탄한 경제력을 보이고 있는 라트비아는 올해 6.5%, 내년 5.5%의 GDP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성장률은 6.6%. 국제통화기금(IMF) 에스토니아-라트비아 지부의 아달베르트 노블 소장은 “두 나라에는 유럽 경기의 불황 여파가 미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99년 GDP 성장이 -3%에 그치는 등 러시아 금융위기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3.3% 성장으로 돌아섰고 올해 4.5%, 내년 5%, 2003년엔 5.5%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과감한 개혁 외국자본 신뢰▼

▽EU와 NATO 가입〓발트 3인방의 초고속 성장은 EU와 NATO에 가입하기 위해 과감한 경제개혁을 추진한 결과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내수와 수출이 동반 상승한 데서 비롯됐다.

3국은 독립 후 무역 파트너를 기존의 러시아와 동구권에서 EU로 과감히 전환했다. 이에 따라 대(對) EU 수출입 비중이 전체의 60%대로 높아졌고 EU의 안정적인 성장 덕을 톡톡히 보았다.

96년부터 고정환율제를 시행중인 리투아니아는 99년 국영 정유기업 마제이큐사를, 2000년 여름엔 국영텔레콤을 민영화하는 등 과감하고 혁신적인 경제개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는 6월 경제개혁의 핵심으로 평가돼온 파산법을 개정했다. 또 올 초 노동조합의 권리를 축소하는 노동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재정의 내실화를 위해 실업수당도 줄이기로 했다.

▼내년 NATO 가입 확실▼

에스토니아는 2003년 EU 가입을 목표로 혁신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해 왔다. 마르트 라르 총리의 중도우파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지난해 법인세까지 없앴다. 이에 따라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금융 제조 운송 등 리투아니아 기간산업의 거의 전 분야에 진출했다.

라트비아 역시 최대 운송회사인 라스코와 전력회사 라트베네르고 등 유수의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이같은 개혁으로 외국자본이 물밀 듯 몰려와 3국의 외국인직접투자(1992∼2000년) 총액은 국민 1인당 1050달러로 러시아의 7배, 그리스의 1.3배에 달한다. 이들 3인방은 EU 가입을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3인방은 내년 11월 체코에서 열릴 NATO 정상회담을 통해 NATO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세나라의 안보체제가 이전의 구소련 대신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핵우산’아래 들어간다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