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국내 바이오벤처 枯死 위기…창투사 투자 꺼려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41분


국내 450여개 바이오벤처 가운데 상당수가 급속한 투자 열기 냉각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퇴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진국이 국내 생명공학 특허를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어, 정부가 내세운 ‘바이오코리아’ 구호를 무색케 하고 있다.

10일 민주당 허운나 의원이 KTB네트워크, 무한기술투자 등 10개 주요 창업투자회사의 바이오 자문역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창투사의 바이오벤처 투자액은 638억원이었으나, 올해는 3분의 1인 218억원에 불과했다. 이들이 투자한 바이오벤처는 적게는 5개부터 많게는 55개로, 대부분 비상장 신생기업들이었다.

코스닥 시장의 투자도 매우 저조해, 지난해에는 마크로젠 등 5개 바이오벤처가 662억원을 유상증자했으나 올해에는 인바이오넷 등 4개사가 204억원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바이오벤처 투자는 최근 더욱 급냉각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바이오벤처 사상 최대액수인 480억원을 유치한 마크로젠의 경우, 2월 인간게놈지도 완성 직후 주가가 3만9000원까지 뛰어올랐으나 지금은 1만7000원대로 떨어졌다. 올해 가장 많은 61억원을 코스닥 시장에서 끌어들인 인바이오넷도 6월 상장 직후에는 주가가 1만5500원이었으나 지금은 4000원대이다.

이처럼 주가가 급락하는 데다, 바이오 분야는 정보기술과 달리 투자회수기간이 5∼10년으로 길어 당장의 수익을 챙기는 민간 캐피탈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과기부는 바이오벤처의 심각한 자금난을 덜기 위해 최근 500억원의 바이오펀드를 조성키로 하고 이를 운영할 창투사를 찾고 있지만, 대형 창투사들이 모두 외면하고 있다. 그나마 펀드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VNET벤처투자, IMM창업투자 등 중소 캐피탈 두 곳도 운영 규모를 300억원으로 줄이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의 생명공학 분야 국내 특허 출원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출원된 유전자 특허 631건 중 외국인의 출원이 383건으로 61%를 차지했다. 전체 특허의 외국인 출원 비율이 32%인 점을 감안하면, 생명공학의 핵심인 유전자 특허는 외국인이 선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다.허운나 의원은 “정부는 2010년 세계 7위권 바이오 강국 달성 목표 아래 내년까지 600개의 바이오벤처를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이 심각한 자금난으로 연내에 퇴출될 위기에 몰려있다”며 “10일 과학기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특별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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