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통계가 이 수준이라니

  • 입력 2001년 9월 6일 18시 28분


통계청의 실질임금 통계와 노동부 산하 고용안정센터의 실업자 통계가 엉터리라는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통계 작성 능력이 부족한 저개발 후진국이나 국가 통제상 통계 조작이 필요한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음직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씩 계속됐다는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부가 비판받을 일이다.

실질임금 통계가 명목임금과 소비자물가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치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인데도 통계청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자물가를 대입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실질구매력이 실제보다 더 부풀려지는 통계를 작성해 왔다. 정부가 제시하는 통계만 보면 세상이 살 만해졌는데 실제로 장바구니가 자꾸 가벼워지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가.

▼관련기사▼

- 통계청 실질임금 상승률 뻥튀기
- [통계 오류-조작의 문제점]

통계청은 고의가 아니라 담당직원이 바뀔 때 교육이 제대로 안돼 빚어졌고 노동부의 자료를 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가통계를 담당하는 정부 최고기관에서 직원교육에 소홀해 수개월씩 잘못된 통계가 발표되도록 상급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이며 타부처에서 이관되는 자료는 그렇게 처리해도 된다는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지방노동청 산하 고용안정센터의 통계조작 사건은 그 과정을 살펴볼 때 더욱 질이 나쁘다. 담당자들이 실적에 따른 수당을 더 받기 위해 이미 취업한 사람에게 새로 직장을 알선한 것처럼 조작하고 민간직업소개소의 실적까지 가로챘다니 공무원들의 의식수준과 감독능력에 실망을 금치 못할 일이다.

이렇게 조작된 통계로 취업자수가 최고 79%까지 부풀려졌고 정부 당국자들은 이 통계를 인용해 실업자가 줄었다고 정책의 성공을 자화자찬하지 않았을까. 정부 통계가 이 모양이니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흐르는데 통계적으로는 실업률이 낮아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을 게 틀림없다.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고용안정센터의 통계조작에 대해 정부는 엄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통계는 국가정책을 세우는 데 기본이 되는 자료다. 따라서 잘못된 통계는 그릇된 정책수립으로 이어지고 이는 가공할 국가적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가 불안한 상태에서는 통계의 신뢰성이 정책의 성패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시할 일이다.

국가통계가 신뢰를 잃을 때 국민이 이를 근거로 한 정부의 정책을 믿지 않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대외적으로도 국가통계가 부실하면 국가의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바로잡습니다▼

고용안정센터 담당자들은 수당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