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크게 바뀌길 바라는 눈들

  • 입력 2001년 9월 5일 18시 45분


‘이번이 마지막 쇄신의 기회다.’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이 한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내각, 민주당 그리고 청와대에서 제출한 일괄사표를 거머쥐고 대대적인 인선에 들어가자 ‘젊은 동지’들이 그렇게 말했다.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항의해 단식농성에 들어갔던 소장파 의원들은 농성을 풀며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마지막 기회를 통해 국민의 신망을 받는 새로운 진용을 갖추어 국민 여망을 구현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지난 김영삼 정부 때나 혹은 그전 ‘군사정권’ 때 DJ진영 사람들은 늘 정권측의 인사 실패를 비판하곤 했다. YS를 겨냥해서도 ‘인사가 만사라더니 망사(亡事)가 되고 말았다’고 비아냥댔다. 이제 세월이 흘러 한나라당에서 DJ진영을 겨냥해 그 표현을 고스란히 받아쓰고 있다. 야당의 주장을 떠나서라도 김 대통령의 지난 3년여 동안의 인사도 결코 좋다는 평은 듣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정말로 기회가 온 것일 수 있다. DJP공조 기간 중 왜 시원스러운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느냐는 불만이 나오면 김 대통령측은 으레 자민련을 들먹이곤 했다. 사실 자민련과 손잡고 DJP 공동정권을 세운 이래 그 볼썽사나운 2인3각의 행보는 늘 우스꽝스럽고 불투명하고 안타까운 나누어먹기처럼 비쳐져 왔다. 전혀 상반되는 컬러의 자민련과 손을 잡다보니 민주당도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투영돼 왔다.

해임건의안 가결이라는 돌발 사태로 김 대통령으로서는 당-정부-청와대를 그야말로 독자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첫 기회를 맞았다. 이는 소장파 의원들의 표현대로 임기 말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당내만이 아니라 국민도 인사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뢰받을 인물을 앞세워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정권의 레임덕 시기를 돌이켜보면 대통령은 말기이므로 더욱 친정(親政)에 집착하고 힘이 먹혀들지 않으므로 더욱 강성(强性) 인물을 앞세워 돌파하고자 하는 모순에 빠지곤 했다. 그러나 그러한 역리(逆理)는 더 큰 화를 부르고 말았던 것이 정치사의 경험이다. 혹시라도 내년의 지방선거, 대통령선거만을 의식하고 정권 재창출만을 겨냥한 인사가 된다면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당은 임기 후반에 걸맞게 야당과의 관계가 껄끄럽지 않을 인물로, 행정부는 전문성을 갖추고 개혁 성향을 지닌 인물로, 청와대는 직언하고 민의를 상달케 하는 인물로 채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제대로 살리는 인선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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