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산아시아경기 지원 급하다

  • 입력 2001년 9월 2일 19시 02분


내년 9월의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제대로 치러지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우리를 걱정스럽게 한다. 재원조달이 미비하고 사업이 지연되면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부산 개항 이래 최대의 행사라는 이 대회가 자칫 망신거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준비부족을 이유로 대회 개최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니 국제적 망신이 눈앞에 닥친 느낌이다.

감사원이 부산아시아경기조직위와 부산시를 대상으로 대회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모두 65건의 문제점을 적발해 시정조치를 통보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국고보조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휘장사업 국민체육기금 지원 등이 불투명해 예산부족에 허덕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경기장 건설도 지지부진해 이대로라면 승마경기장은 대회가 모두 끝난 뒤인 12월 초에야 완공될 것이라니 그동안 무엇을 했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전체 921개 사업 가운데 무려 17.5%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고 보면 대회가 임박해 법석을 떨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계획대로라면 대회 유치 이후 6년이나 지난 지금은 모든 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대회를 상징하기 위해 건설중인 지하철 일부구간 공사조차 대회 전 완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면 다른 준비상황들은 보나마나한 일 아닌가.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개최상 여러 가지 불리한 점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적 관심사인 월드컵축구대회를 치른 뒤 몇 달 뒤에 열려 ‘김 빠진 대회’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데다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앞뒤로 물려 있어 이래저래 관심 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부산지역 푸대접론이 터져 나오고 사무총장이 사퇴하는 등 물의가 빚어진 것은 조직위 자체가 얼마나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개최도시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자존심과 위상이 걸려 있다. 따라서 부산아시아경기는 결코 단순한 체육행사가 아니라 35억 아시아인과의 약속이며 부산에만 떠넘길 지역행사가 아니라 국가적 행사인 것이다.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우리의 저력이 부산아시아경기에서 실추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부산시는 서둘러 지원방안을 짜내야 한다. 정부와 국민 모두 월드컵에만 들떠 있을 것이 아니라 부산시의 노력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