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정부, 현대투신 소액주주 감자 '딜레마'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37분


미국 AIG 컨소시엄과 현대투신증권 매각을 위한 1차 양해각서(MOU)를 맺은 정부가 현대투신 감자(減資)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공적자금이 투입될 예정인 현대투신의 대주주에 대해서는 감자를 단행하지만 2만5000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이 출자한 3300억원어치의 지분에 대한 감자 여부가 논란거리다.

▽현대투신 주주구성〓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될 현대투신은 대주주가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으로 두 회사의 지분이 60%를 웃돈다. 또 현대투신 고객들로 짜여진 소액주주 몫은 26.3%. 소액주주들은 지난해초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대투신 주식을 주당 6000원(액면가 5000원)에 받았다. 당시 소액주주들이 받은 주식수는 5500만주였다.

문제는 소액주주 대부분이 현대투신과 거래하던 우수고객이었다는 점. 당시 현대투신은 대우채(債)로 인한 손실을 메우려고 유상증자를 추진, 우량고객들을 집중 공략해 돈을 모았다. 주식시장이 활황이었고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전 회장의 ‘바이코리아펀드 돌풍’이 불면서 재테크 수단으로 유상증자가 큰 인기를 끌던 때였다.

▽현대 계열사는 이미 손실처리〓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대주주에 대한 감자원칙은 분명할 것으로 예상돼 이미 대부분의 현대 계열사들은 장부에서 손실로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대주주인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분 41.9%중 당초 갖고 있던 28%를 손실로 처리하고 지난해 신주 발행으로 추가로 취득한 14%는 법원에 신주(新株)발행 무효소송을 내놓은 상태. 현대증권도 18.6% 지분(장부가액 3000억원)을 3월 결산때 손실처리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말문 닫은 정부의 ‘딜레마’〓정부는 공식적으로 현대투신 소액주주 지분처리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 차등감자를 할지, 대주주처럼 완전감자를 할지에 대해선 방침을 정하지 못한 상태.

변양호(邊陽浩)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AIG와 본계약이 체결될 즈음엔 소액주주 지분 처리문제도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철(李佑喆)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도 “처리방향은 미정이며 금감위에서 공식적으로 거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들 소액주주에게 차별감자를 할 경우 민간기업의 주주에게 공적자금을 주는 셈이어서 곤란하다는 입장. 그렇다고 대부분이 현대투신 고객인 소액주주에게 완전감자라는 처방을 쓸 경우 해당 투자자들의 반발이 예상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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