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기 바닥론'엔 바닥이 없다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49분


최근 증권가에서는 ‘3분기 경기 바닥론’에 대한 검증 작업이 한창이다. 그만큼 언제 경기가 본격적으로 좋아질 것인가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초부터 반복되는 이런 ‘바닥론’은 실제 투자자들이 투자 적기(適期)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반복되는 바닥론〓연초에는 ‘상반기 미국경제가 바닥을 찍고 하반기 급속히 회복할 것’이라는 ‘V자형 낙관론’이 미국 메릴린치 증권사로부터 나왔다. 2월에는 국내 정부 경제관료들이 “1·4분기 경기가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예측을 잇따라 내놓았다.

3월에는 산업은행이 2분기 중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벗어날 것으로 예측했고 4월에는 미국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한 저명한 애널리스트가 “반도체 경기가 최악 국면이 지났다”고 말해 반도체 주가가 들썩였다.

5월에는 삼성증권의 이남우 상무가 “국내 경기는 2분기 바닥 통과가 확실하며 1분기에 바닥을 찍었을 수도 있다”고 말해 투자자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8월 메릴린치는 4월의 살로먼 스미스바니에 이어 “반도체 경기가 ‘이번에는 진짜로’ 바닥을 찍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떻게 대응할까〓두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주가는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바닥론이 나오는 시기도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고 난 뒤인 경우가 많다는 점. 따라서 바닥론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실제로 경기가 바닥이 아님이 밝혀지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올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2차례의 증시 상승기가 시작된 뒤에는 어김없이 경기 바닥론이 등장했고 그로부터 1,2달 안에 주가는 어김없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하나는 바닥론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적어도 3개월 이상 지나봐야 한다는 점이다. 즉 지금 벌어지는 전문가들 논쟁은 일반 투자자로서 검증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이런 논쟁은 사실상 투자자에게 별 쓸모가 없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이진혁 애널리스트는 “바닥에 대한 전문가들의 ‘거시적’인 이야기는 참고로만 듣는게 좋다”며 “올해처럼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경기 바닥이 언제냐에 대한 관심보다 개별 기업의 실적을 꼼꼼히 살피며 투자 전략을 짜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기 바닥론 관련 발언▼

△1월〓진념 부총리 등 정부 경제관료, “1·4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

△3월14일〓산업은행, “2·4분기 안에 제조업의 경기가 바닥권에서 벗어날 것.”

△4월11일〓살로먼스미스바니 조너던 조지프 수석연구원, “반도체 경기 최악국면 지나갔다.”

△4월27일〓LG경제연구원, “지금이 경기의 바닥일 확률은 5% 정도며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5월15일〓삼성증권 이남우상무, “국내 경기는 2·4분기 바닥통과 확실하며 1·4분기에 바닥을 찍고 돌아섰을 가능성도 있다.”

△8월1일〓메릴린치, “반도체 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으며 이후 상승세를 탈 것.”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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