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융구조조정에 85兆 투입 회수 12兆

  • 입력 2001년 8월 15일 18시 29분


한국개발연구원(KDI) 전홍택 부원장이 예금보험기금의 관리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이 채권의 원리금을 갚는 것이 그만큼 막막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전 부원장은 예금보험기금의 자생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예금보험기금과 구조조정 공적자금 사이에 어떠한 손실분담 원칙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점도 동시에 지적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한마디로 빚을 갚을 대책이 마땅찮아 결국은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구멍’난 예금보험기금〓정부는 98년부터 올 5월말까지 모두 66조5507억원의 예금보험기금채권을 발행했다. 98∼99년 중 국회로부터 보증동의를 받은 43조5000억원은 전액 발행했고 지난해 국회로부터 추가로 40조원 발행을 승인받았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기관에 지원한 자금은 이보다 20조원 가량 더 많은 85조3628억원에 이른다. 예보는 그동안 은행에 41조2731억원, 종금 19조9918억원, 보험사 10조8037억원, 상호신용금고 6조4310억원, 증권사 4조9144억원, 신용협동조합에 1조9488억원 등을 대주었다. 이 돈은 대부분 예보가 금융기관에 출자를 하거나 △출연 △보험금 지급 △자산매입 △대출 등에 쓰였다. 예보는 2000년말 현재 금융기관(IBRD ADB 차관자금 포함)으로부터 19조7649억원을 빌려쓰고 있고 재정차입금은 7조6369억원에 달한다.

반면 정부가 98년부터 회수한 자금은 12조5288억원에 그쳤다. 또 예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수입은 지금까지 1조9867억원에 불과하다. 재정상태를 보면 ‘구멍’이 너무 많고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시스템 부재가 더 큰 문제〓예금보험기금이 사실상 파산상태라는 것은 이 기금에서 앞으로도 상당금액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예보는 기금에서 생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받는 예금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예금보험기금과 구조조정 공적자금 사이에 어떠한 손실분담 원칙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원칙이 정해지지 않는 것은 손실을 줄이려는 자체 노력이 그만큼 소홀해질 수밖에 없으며 예금보험제도의 효율성을 훼손하는 지경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것. 보고서는 기금의 자생력을 찾기 위해 구조조정기금과 분리하는 동시에 기금의 목표규모를 미리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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