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15 경축사'에 기대하는 것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3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국민적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단순히 이 정부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관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를 회복하고 중산층과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개혁을 꾸준히 추진한다는 ‘당위의 말씀’에 새로운 기대를 거는 것도 아닐 것이다. 경제 회복과 안정은 어느 정부든 이뤄나가야 할 기본과제이며 그것을 위한 개혁은 필요하다.

문제는 개혁이 국민 다수의 공감과 자발적 동의를 기초로 이루어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있다. 사회가 다양화하고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공동체 전체의 합의를 얻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 공동선(共同善)의 방향으로 그 폭을 좁혀나가야 한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고 더딘 이유다.

김 대통령은 이번 8·15 경축사에서 ‘경제 회생을 위한 국민적 역량 결집’을 호소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통합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경제 회생도 쉽지 않다는 인식이라면 왜 그동안 국민역량이 결집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겸허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호소력이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적대적 이분(二分)’의 대립구도에 직면해 있다. 그 원인이 비록 복합적이라 할지라도 집권측 책임이 우선적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정권은 그동안 국민적 합의 노력보다는 개혁의 명분을 앞세워 그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면 수구요, 보수 기득권층의 반발이라고 매도해왔다. 소수정권의 한계를 야당에 대한 설득으로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무리한 ‘수적 우위’에 집착했다. 국회와 정당을 무력화시키고 외부세력에 의존하는 포퓰리즘(대중인기주의)에 영합했다. 그러한 가운데 실질적 민주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인치(人治)를 거부했던 민주당 소장파의원들의 항명은 그 한 예일 뿐이다.

오늘의 언론 사태가 국론 분열로 이어진 것 역시 그 본질이 조세정의를 명분으로 한 ‘언론 길들이기’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고 해소시켜나가는 길은 정권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국정쇄신도 신뢰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김 대통령은 오늘 우리사회 위기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 8·15 경축사에는 이러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한 신뢰회복과 국민통합의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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