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암울한 미래상 '무정부 시대가 오는가'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0분


▼'무정부 시대가 오는가' 로버트 카플란 지음/207쪽 1만원/코기토▼

2차대전 직후부터 1960년대 초 사이 서부 아프리카에는 수많은 신생 독립국들이 출현했다. 영국 프랑스 등 식민 종주국이 지도 위에 그어댄 구획을 국경으로, 자주와 복지를 나라의 이상으로 삼고 지도자들은 새 조국의 빛나는 미래를 약속했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 약속된 미래는 어디에? 저자는 “오늘날 서부 아프리카의 모습에서 인류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두 개로 나누어진 지구의 반쪽에 해당하는 미래상이다.

불행히도, 그 반쪽의 얼굴은 섬뜩하다. “지금 시에라리온 국민 가운데 28만 명은 기니공화국으로, 10만 명은 라이베리아로 피신했다. 거꾸로 라이베리아인 40만 명은 기니에, 25만 명은 코트디부아르에 가 있다.” 국가의 통제를 뛰어넘어, ‘몇 개의 무역항구와 한 덩어리의 내지(內地)로 이루어진’ 부족단위 군벌 체제로 퇴행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안에서 생을 영위하는 인간의 모습은 더욱 참혹하다. 열대우림이 파괴되어 홍수와 가뭄이 빈발하고, 전염병이 만연하며, 인구의 대다수는 판자로 뒤덮인 빈민가에서 거주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환경이 지구상에 만연할 것으로 예측한다. 아시아와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여러 저개발 지역에서 폭발적 인구증가와 국경붕괴 및 군벌의 발호, 슬럼화가 진행될 것이고 미국 등 선발 공업국은 이들 지역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예상이다. 즉, 세계는 선진화된 독립국들과 참상이 만연하는 ‘지역’들로 재편된다. 전쟁과 대량 살륙은 일상이 되며, 환경문제 역시 손 쓸 수 없이 악화된다.

이 암울한 전망은 독자로 하여금 종종 ‘반기’를 들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그러나 책상머리에서 문헌을 들추어 이런 결론이 얻어진 것은 아니다. 시사월간지 특파원으로 아프리카의 빈민가를 누비며 얻은 생생한 체험이 분석의 바탕을 이룬다. 그의 전망이 더욱 두렵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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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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