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자기반성은 안하고…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42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지난주부터 장관 취임후 1주년(8월6일)을 앞두고 부산을 떨었다. 장관 취임 후 1년의 성과와 과제를 모으는 업무에 적잖은 실무자들과 고위간부들이 매달렸다.

지난 주말 재경부는 다른 부처보다 먼저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의 1년 치적을 상세히 담은 38쪽짜리 보도자료를 만들어 기자들에게 뿌렸다. 1년간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 25번, 외부강연 42회, 인터뷰 40회, 신문기고 12회, 방송출연 43회, 기자간담회 96회, 외빈면담 76회 등 부총리 일정도 빼곡히 적혀 있었다.

분량은 진 부총리의 절반인 18쪽에 그치지만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 장관의 기록도 만만찮다. 재경부처럼 장관 일정에 대해 숫자를 헤아린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추진실적과 성과를 보면 예산처가 이제 문을 닫아도 될 만큼(?) 많은 일을 한 것으로 돼있다. 예산처는 공공부문 개혁과 재정운영에 대한 토픽들을 16가지로 나눠 장관의 업적을 내세웠고 심지어 고위간부가 직접 내려와 장관치적을 기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보도자료의 어디를 봐도 1년 동안 추진실적이 미진했던 과제들에 대한 반성적 진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진 부총리는 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년 동안 경제가 잘 안 풀려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는 반성을 했다. 하지만 그는 언론의 인색한 평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예산처는 공기업 민영화가 지지부진하다는 증권연구원 분석내용이 8일자 신문에 보도되자 쓴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자세를 보이기 전에 보고서의 질(質)과 신문 보도태도를 문제삼았다.

진 부총리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다는 얘기가 관가에 나돌고 있다. 또 전 장관의 경우 개각이 있다면 다른 곳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상황은 장관의 치적홍보를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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