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장병우/승강기 안전규정 강화 절실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34분


얼마 전 한 개그우먼의 다이어트 뒷얘기가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감탄사와 부러움으로 가득 찬 전편이 끝날 즈음 방법론에 시비가 걸리면서 다이어트 파문이라는 구설수가 속편을 장식했다.

다이어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시중 서점에는 살을 빼는 방법에 관한 그럴듯한 제목의 책이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많다. 별로 노력하지 않고도 단기간에 몸무게를 많이 뺄 수 있는 ‘신비로운 방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독자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는 기본원칙은 단 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즉 먹는 음식을 줄이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고 목표달성에만 집착하다 보면 무리수와 꼼수가 들어가기 마련이고, 결국은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역파장과 후유증을 유발하게 된다.

기업의 경영이나 정부의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각종 경영전략이나 정책수단을 세우고 실행할 때는 그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여러 파장과 후유증을 신중히 검토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기본적인 룰과 원칙을 세운 뒤 추진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승강기 보수업의 등록요건을 완화키로 한 조치는 이런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승강기 보수업의 등록요건 완화는 보수업체의 급격한 증가로 경쟁이 촉진되어 보수료가 내려가고 실업자가 줄어드는 등 단기적으로는‘눈에 보이는 효과’를 낼지 모른다. 그러나 보수료의 덤핑 경쟁이 심화되면 승강기 보수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승강기 시장이다. 현재까지 19만2000여대가 설치돼 운행되고 있고 어림잡아 매일 수천만명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한국의 안전사고는 교통사고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특히 승강기 이용객의 안전사고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승강기 안전사고의 원인은 이용자의 실수가 30%인 반면 유지보수의 부실로 인한 사고는 무려 60%에 이른다.

한국의 보수료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대당 보수료는 인건비가 비슷한 홍콩 싱가포르의 10분의 1 수준이며 인건비가 낮은 중국보다도 못한 실정이다.

작업장 종업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기업 경영자의 책임이라면 공공시설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안전규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정비하고 우수한 보수업체를 양성하기 위해 업체등록 자격요건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덤핑으로 인한 날림 보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보수료를 고시해 유지보수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다이어트든, 경영이든, 정부의 정책이든 기본을 무시하고 지름길만을 선호하는 풍조는 실패의 지름길이라는 교훈을 모두가 되새겨봤으면 한다.

장병우(LG-오티스 엘리베이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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