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실적따라 주가 '출렁'…'어닝시즌 현상'에 울고 웃고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31분


미국에서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고 그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리는 ‘어닝 시즌(Earnings Season)’ 현상이 국내 증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LG건설 포항제철 다음 등 굵직한 기업들이 2·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해당기업의 주가가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처럼 실적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대해 “증시가 선진화하는 과정”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내 증시의 어닝 시즌 현상〓20일 발표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은 매출액이 8조812억원으로 7개 증권사가 예측한 예상 매출액(8조812억원)보다 다소 떨어지는 등 예상보다 악화됐다는 평을 받았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6월 반도체부분에서 적자를 봤다는 ‘소문’ 등으로 17만원대까지 추락한 상태. 그러나 실적 악화 소식은 17만7000원이었던 주가를 더 떨어뜨려 발표 뒤 이틀 동안 주가는 17만3000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경상이익이 창사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증권가의 예상(693억원)을 훌쩍 넘어선 1323억원을 기록한 LG건설 주가는 실적 발표일인 24일과 다음날인 25일 상승세를 보이며 8390원이었던 주가가 9340원으로 상승했다.

포항제철은 25일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4.8%, 30.4%, 73.3%(9천720억원) 각각 감소했다는 실적 발표를 하며 긴축경영 돌입을 선언했다. 실적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하반기 철강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소식에 주가는 25,26일 이틀동안 4.1%가 하락했다. 같은 날 2분기 영업손실이 2억9000만원으로 적자전환한 사실을 밝힌 코스닥 등록기업 다음도 25,26일 이틀동안 3만4000원이던 주가가 3만2200원으로 하락했다.

▽어닝 시즌 의미〓국내 증시의 어닝 시즌 현상은 아직 초기 단계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적이 아니라 다음 분기에 대한 실적 예상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는 너무 변수가 많아 기업들은 아직 다음 분기에 대한 ‘솔직한 예측’을 꺼리는 상태.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어닝 시즌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어닝 시즌 현상은 실적보다 루머나 불확실한 정보에 따라 투자하던 투자자의 관행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회사가 자주 투자자에게 경영 상황을 알리고, 투자자는 그것을 참고해 투자 전략을 바꾸는 것은 증시에서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라며 “한국의 ‘어닝 시즌 현상’도 실적 위주의 투자 관행을 정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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