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진짜 개혁 '규제완화'

  • 입력 2001년 7월 22일 19시 00분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2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최고 경영자대학 세미나’에서 제프리 존스 주한 미 상의 회장의 강연이 관심을 끌었다.

존스 회장은 “한국 경제에서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성과 함께 정부의 규제완화가 더욱 필요하다”며 ‘정부규제와 기업경쟁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산업자원부는 과거 금진호 장관 시절부터 각종 권한을 없애 부처 직원들이 ‘역할이 없다’며 우울증에 걸린 인상을 보일 정도지만 한국의 제조업은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금융기관들은 아직 재정경제부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금융산업은 세계 43개국 중 34위에 그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통’으로 꼽히는 그는 기업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공무원들이 옛날 사고방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치(官治)’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미친다는 분석은 해외에서도 심심찮게 나온다. 마이클 포터 미 하버드대 교수는 5월에 출간한 ‘일본경제 위기 보고서’에서 “일본의 가장 인상적인 성공사례들, 즉 자동차 비디오리코더 로봇 카메라 등은 일본정부의 간섭이나 보조금이 거의 없었던 분야인 반면 정부의 지원과 간섭이 많았던 금융 화학 항공기 소프트웨어 서비스산업 등은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최근 추가 규제 완화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30대그룹 지정제도나 출자총액 제한제도, 부채비율 200% 제도 등 핵심적인 규제를 푸는 문제에 대해 관계부처간 합의가 쉽게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목소리 큰 일부 개혁론자’들은 ‘규제완화〓기업개혁 후퇴’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러나 과감한 규제완화야말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정한 개혁이 아닐까. 정부가 사전에 ‘이래라 저래라’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 대신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후에 ‘공정하고 엄격한 심판관’의 역할을 맡게 되기를 기대한다.

<서귀포에서>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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