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高를 찾아서]인천 한진고/우리 경쟁상대는 '티파니'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42분


보석을 넣는 난집 세공에열중하고 있는 한진고 학생.
보석을 넣는 난집 세공에
열중하고 있는 한진고 학생.
티파니, 카르티에, 미키모토 같은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가 우리나라에도 탄생한다면…. 그 주역은 아마 인천 한진고에서 배출되지 않을까.

18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 백석동 한진고 귀금속공예 실습실. 녹색 작업복을 입은 2학년 학생 25명이 세계적인 보석 디자이너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난집(보석이 들어가는 곳)을 디자인한 주물에 은을 녹인 물을 넣고 기다린다. 잠시 후 실톱과 줄로 정성스럽게 다듬질. 어느새 멋진 은반지가 완성됐다. 김효중군(16)은 “내가 만든 것이 최고”라며 자랑한다.

98년 10월 특성화고 인가를 받아 현재 3학년(97명)이 첫 졸업생이 된다. 금은세공 단일학과. 아직까지 기숙사를 갖추지 못해 전교생이 인천 출신이다.

대학진학을 바라는 60명을 뺀 나머지 학생들은 이미 100% 취업이 보장돼 있다. 국내 보석업계에서 학생들을 보내달라고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졸업생들의 초봉은 80만∼100만원선. 디자인한 보석이 ‘뜨면’ 보수도 덩달아 뛴다.

학생들은 휴일이면 ‘보석사냥’에 나선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종종 오해를 받아요. 승객들의 목걸이, 반지, 시계보석, 귀고리 등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게 버릇이 돼서요.” (3학년 이주일군·17)

전문교과과정 교사 10명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매일 인터넷과 전문잡지를 통해 주얼리 유행의 경향을 짚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진고 정진화 실습부장(40)은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기업에서 귀금속팀을 두고 보석사업에 뛰어들 정도로 이 분야의 전망은 아주 밝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매년 10월 보석축제인 ‘한진제’를 연다. 집에서 뒹구는 금이나 은을 갖고 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목걸이, 브로치를 만들어 부모에게 선물도 한다. 귀금속 표면에 유약을 입혀 화려한 장신구를 만드는 ‘칠보’ 과정을 동네 주민과 학부모들에게 개방, 평생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인천=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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