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백낙청교수 미당비판 가세…'창비' 홈페이지서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36분


백낙청교수
백낙청교수
계간 ‘창작과 비평’을 이끌고 있는 백낙청(63)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미당 비판론’에 가담하고 나섰다.

백 교수는 17일 ‘창작과 비평’ 홈페이지(www.changbi.com) 자유게시판에 올린 ‘창비무명인님의 국화꽃의 비밀을 읽고’라는 장문을 글을 통해 미당 서정주 시인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백 교수의 글은 ‘창비무명인’이란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이 6월24일부터 8차례에 걸쳐 올린 미당 비판론을 뒤늦게 격려하는 논평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글에서 백 교수는 “미당이 ‘부족방언의 마술사’라고 해서 시인부락의 족장이라는 월계관을 씌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님의 주장에 충심으로 동의한다”면서 미당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즉, 미당이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룬 재능은 부정하지 않지만 그것만으로 최고 시인의 영예를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요지다.

이어서 미당의 대표시로 알려진 ‘국화 옆에서’를 언급하며 “일본의 신화와 전설의 깊은 영향이 시인의 상상력과 감수성에 무반성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시에서 묘사된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의 표상’(문학평론가 이어령)으로 보기 힘들며, 이런 점에서는 오히려 고재종 시인의 ‘고절’이 한 수 위라고 평했다.

특히 이 시중 ‘내 누님 같은 꽃’이 나오는 제3연을 지적하며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사춘기적 정서가 다분히 남은 대목”이라며 흠을 잡고 “30대초의 별로 정일하지 않은 남자로 살면서 40대 여인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는 것이 미당 특유의 요술이자 다분히 상습화된 자기미화가 아니겠는가” 반문했다.

백 교수는 글 말미에서 “미당은 탁월한 마술사 가운데 하나임이 분명하다”는 점을 재차 언급하면서도 “과연 서정주가 고은보다 뛰어난 마술사인지는 한번 작심하고 따져볼 문제”라면서 최초에 ‘미당 비판론’을 제기했던 고은씨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그는 아울러 “미당이 마술사로서는 어떤 등급의 마술사인지 작품을 위주로 가려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동시에 그의 마술의 부족에게 해를 끼치는 흑색마술인지 백색마술인지 가려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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