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자부장관이 할 얘기인가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42분


장재식(張在植) 산업자원부장관이 11일 한 조찬 강연에서 “북한이 남북경협에 적극 나설 경우 북한에 전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은 적절치 않다. 대북(對北) 전력지원문제는 이 시점에서 산자부장관이 “이렇다, 저렇다”고 언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우선 대북 전력지원에 대한 장 장관의 얘기는 정부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표명한 입장과 차이가 있다. 정부는 2월 평양에서 열린 제1차 남북전력협력실무협의회 제1차회의에서 먼저 북한의 전력실태 조사를 위한 남북한 공동조사단을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무조건 지원부터 해야한다고 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오늘까지 온 것이다.

통일부측은 얼마 전 일부에서 대북전력지원문제에 대해 북한과 ‘밀실협의’나 ‘밀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은 대북전력지원을 기정사실화하는 어떤 발언도 한바 없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통일부측은 정부의 ‘선(先)공동조사단 구성’ 입장에 하등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장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시베리아가스전 가스관의 북한통과나 철도수송권 등 그 대가까지 거론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북한에 전력을 지원하려면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드는 데다 송배전 시설과 관련된 기술적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의 그런 사정 때문에 우리가 보낸 전기가 역류할 경우 국내 발전소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대북전력지원은 북-미(北-美)제네바 합의에 따라 매년 중유 50만t을 북한에 공급하고 있는 미국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대북전력지원문제가 남북한간의 문제가 아니라 제네바합의와 관련된 문제인 데다 그 전력이 군수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북 정책관련 부서가 아닌 산자부장관이 공개적으로 전력지원문제를 거론했다니, 북한과의 대화에 초조해 하고 있는 정부가 내부적으로 뭔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대북정책의 투명성에 대한 불신만 높아지는 것이다.

북한의 전력사정은 총 발전량이 남한의 8%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게 사실이지만 우리의 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도와 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 비용이나 모든 여건을 감안해 볼 때 국민적 합의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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