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서양 이미지의 역사 '얼굴의 역사'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35분


▼'얼굴의 역사' 니콜 아브릴 지음 강주헌 옮김/315쪽 9800원/작가정신▼

미술사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가끔 하는 질문이 있다. 그리스 미술에는 조각과 건축만 있고 회화는 없느냐는 질문이다. 그리스 미술을 다루면서 ‘회화’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늘 낯선 것이다. 그리스 회화는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리스 회화에 대해 할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미술사는 대개 보물급 문화 유산이나 유물로 취급되어 소장된 살아남은 미술품의 역사이다. 역사가 된 미술품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미술이 되고 이후 미술의 역사로 분류되어 미술에 관한 역사적 지식과 정보의 근간을 이룬다. 미술사는 살아남지 못한 미술품의 삶은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얼굴의 역사’의 저자는 사라져 버린 그리스 회화에 관해서도 사실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니콜 아브릴의 ‘얼굴의 역사’는 서양미술사를 서양인들의 생활 속의 역사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얼굴의 역사’로 번역된 책의 원제는 ‘소설 처럼 쓴 얼굴 이야기’인데, 저자는 얼굴 이야기로 ‘이미지’에 얽혀있는 서양인들의 욕망과 체험의 역사를 드러낸다.

저자가 얼굴의 역사라고 하는 것은 ‘이미지 만들기’에 관한 서양인들의 사회적, 예술적 의식의 역사에 가깝다. 저자는 이를 위해 예술과 문화에 관련된 기존의 모든 연구 성과들을 거의 섭렵, 동원하고 이에 비평까지 덧붙이면서도 간략하고 명쾌한 스케치를 그려내듯 해낸다. 박학하면서도 이런 이론들을 꿰뚫는 방식이 투명하고 경쾌하다.

하지만 저자가 이미지의 역사를 굳이 얼굴의 역사라고 한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주제의 다른 책들과 달리 글귀 사이사이로 삶의 이치를 보는 저자의 눈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눈의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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