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상반기 시장흐름과 하반기 전망…소형아파트 '날개'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31분


요즘은 주식처럼 아파트를 사고 파는 시대다. 주택보급률이 높아지고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허용된 이후 나타난 새 풍속도다. 부동산 투자는 주식과는 달리 원금을 완전히 까먹는 일이 없어 안전하다는 게 큰 차이. 다만 부동산은 환금성이 떨어지는 상품인만큼 주식 못지 않게 시장을 읽는 실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선 최근에 나타난 주요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이들이 앞으로 미칠 영향을 면밀히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올 상반기 주택시장에서 벌어진 주요 특징들을 정리, 분석해본다.

▽‘고맙다’ 저금리〓부동산이 올 상반기에 높은 인기를 누린 것은 80% 이상 초저금리의 영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리는 2월 초부터 1년 만기 은행정기예금의 금리가 6%대로 떨어지더니 최근 들어선 5%대로 급락했다. 물가인상률과 이자소득세 등을 빼고 받게 될 실질금리는 사실상 0%대인 상황이다.

여기에 주식시장이 횡보를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도 요인이다. 최근 종합주가지수는 600선을 회복하는 듯하지만 연초의 불안했던 장세는 투자자들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여윳돈 투자자를 부동산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국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은행권 자금의 최대 수요자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는 곧 자금의 공급 과잉 상태가 계속된다는 의미. 즉 금리가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당초보다 낮춰 잡은 것도 원인이다. 시장금리가 물가와 성장률에 연동된다고 보면 성장률 둔화전망은 금리 하락을 부추길 수 밖에 없다.

▽전망에 승부를 건다〓환경에 대한 관심, 주거 쾌적성에 대한 기대치 등이 높아지면서 아파트가 좋은 전망을 확보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업체들의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독특한 평면 개발 노력이다.

종전까지 아파트 평면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네모 반듯한 정사각형이 주류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전망을 좋게 하기 위해 앞베란다를 중심으로 가급적 많은 방을 배치하는 직사각형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전망을 좋게 하기 위해 거실을 먼저 배치하고 방을 나중에 설치하는 평면도 선보일 정도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청약을 마감한 대우건설의 주상복합아파트 ‘트럼프월드 Ⅲ’로 거실을 ‘돌출형 팔각형’으로 설계해 최대 270도까지 외부를 내다볼 수 있게 했다.

또 두산건설이 이달 초 분당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위브’도 거실을 전면에 배치하고 나머지 방은 한쪽 구석에 모아 배치하는 파격을 보였다.

일부 업체는 아예 아파트 브랜드에 전망이 좋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SK건설의 ‘SK뷰’, SK건설과 포스코개발이 분당신도시에서 분양한 ‘파크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소형아파트 전성시대〓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소형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올 상반기에도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 청약률, 계약률, 분양권 프리미엄, 전세금 매매가 상승률 등 아파트의 가치를 나타내는 거의 모든 지표에서 소형이 중대형를 압도한 것.

인터넷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분석한 자료에도 수도권에서 20평형대가 가장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8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폐지하고, 업체들이 주택을 중대형 위주로 공급하면서 발생한 수급 불균형이 원인이 됐다. 여기에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집을 이사해야 할 사람들이 대형보다는 중소형을 선호하면서 수급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에도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7월부터 전용면적 18평 이하 신축주택을 생애 처음으로 살때 연리 6%로 집값의 70%까지 빌려주는 지원제도를 실시할 경우 소형 아파트의 수요는 더욱 늘어나기 때문. 부동산정보업체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사장은 “적어도 앞으로 3년간은 소형아파트의 초강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게 인기를 끈다〓지금까지 아파트의 인기상품은 서울 강남, 경기 용인시 등 이른바 노른자위에 지역에 자리잡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업체가 분양한 것이 차지했다. 그러나 올 들어선 임대사업이 가능하다거나 평당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야만 경쟁률이 높아지는 등 인기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 임대용 아파트를 표방하고 최근 분양된 부동산개발전문업체 ‘디 엔 에스’의 ‘미켈란 107’(64가구 모집), 쌍용건설의 ‘경희궁의 아침’(360가구)과 ‘광화문 플래티넘’(229가구), SK건설의 ‘SK바비엥’(90가구) 등이다. 이들은 모두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과 함께 일주일 만에 100% 가까운 계약 실적을 보였고 프리미엄도 수천만원씩 붙어 있다.

반면 지난해까지 최고 노른자위 주거지로 각광을 받았던 용인 수지와 죽전 등지에서 최근 분양된 현대 삼성 LG 대림 금호 등 대형업체의 아파트는 대부분 미분양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94%를 넘어서면서 소비자가 시장 주도권을 잡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며, 앞으로 이 같은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시된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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