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울 도심에서 즐기는 별자리 여행

  • 입력 2001년 6월 27일 18시 19분


서울 도심 한복판 옥상에 직접 만든 천체망원경을 설치하고 별학교를 연 김지현씨.
서울 도심 한복판 옥상에 직접 만든 천체망원경을 설치하고 별학교를 연 김지현씨.
빛공해와 먼지 때문에 도시의 천문대들이 두메산골로 도망가고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기라도 하듯, 도심 한복판 옥상 위에 대형 천체망원경을 설치하고 시민들을 위한 별학교를 세운 사나이가 있다.

김지현(32). 학창시절 전국대학생아마추어천문회장을 지냈고, 최근 5년 동안 안성천문대장으로 일해온 그는 프로 뺨치는 별 전문가이다. 그가 서울 마포구 아현동 현암사 건물 옥상에 반사망원경을 설치하고 다음달 2일부터 별 학교를 연다.

“서울의 공해가 아무리 심해도 달 표면의 분화구, 타오르듯 붉게 빛나는 화성, 목성의 줄무늬, 토성의 멋진꼬리는 망원경으로 뚜렷이 보여요. 또한 공해와 불빛에도 살아남은 별들은 대부분 별자리를 이루는 밝은 별이기 때문에 별자리를 익히는 데는 오히려 도시가 더 좋지요.”

그가 현암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밤하늘로 가는길’ ‘풀코스 별자리 여행’ 등 3권의 대중과학책을 펴내면서. 현암사가 50년 된 낡은 건물을 개축해 문화공간으로 꾸민다는 얘기를 듣고 천체망원경을 기증하겠다고 한 것이 별학교 건설로까지 발전했다. 별학교에 오는 사람들은 건물 1층에 꾸며놓은 첨단영상실에서 먼저 체계적으로 밤하늘을 익히고, 옥상으로 올라가 밤 하늘을 관측하게 된다.

별학교의 볼거리는 역시 그가 공들여 만든 초점거리 1940㎜, 지름 200㎜의 국내 유일 황동망원경. 그는 “황동 400㎏을 자르고 다듬어 본체를 만들고 유리를 20만 번이나 갈아 반사경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반사경의 오차는 반사경을 서울시 크기로 넓힌다면엄지손톱 지름에 지나지 않을 만큼 정확하다.

다음달 여는 별학교는 김 씨 외에 이충환 과학동아 기자 등 7명이 강의를 맡으며, 초등학생을 위한 3달 짜리 12회 유료 강좌, 그리고 성인을 위한 한달 짜리 4회 유료 강좌가 마련돼 있다. 또한 매주 목요일 오후에는 무료 공개관측회도 열린다. 문의 02-365-5051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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