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상훈/잊혀져가는 6·25의 교훈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48분


오늘 우리는 6·25전쟁 발발 51주년을 맞았다. 전쟁이 일어난 이후 반세기 동안 우리는 6·25를 잊지 말자고 다짐해 왔다. 그러나 입으로는 잊지 말자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서서히 6·25를 잊어왔다.

전쟁이 일어난 지 51년이 지난 지금, 국민의 75%를 차지하는 전후세대는 6·25전쟁을 알지 못하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한 장면을 현실로 착각한다. 다시는 이 땅에 동족상잔의 비극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들을 생각해 본다.

먼저 무엇이 6·25전쟁을 초래했는지 그 원인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리당략으로 싸움질하며 날이 새고 날이 졌던 정치판이 6·25를 초래했다. ‘평양에서 점심 먹고 신의주에서 저녁 먹는다’는 군의 허풍이 6·25를 재촉했다. 설마 북한이 쳐들어오겠느냐며 얄팍한 동포애를 기대했던 안보 낙관론이 6·25를 불러들였다.

화해 제스처 뒤에는 항상 도발의 음모가 숨어 있다는 공산당의 속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6·25 남침을 앞두고 남북한 총선거를 제의하고, 땅굴을 파내려 오면서 7·4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남북고위급 정치 군사회담을 제의해 놓고 KAL기를 폭파한 장본인이 바로 그들이다.

6·25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직도 1세대 실향민 123만명이 헤어진 혈족을 애타게 찾고 있다. 보훈병원에는 아직도 부상한 참전용사들이 신음하고 있다. 국립묘지에는 ‘6·25 전투에서 전사’라는 비문이 또렷하다.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6·25전쟁이 끝난 이후 반세기 동안 지구상에는 150여회의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났고 군인만 700여만명이 희생됐다. 1차 대전 중 전사자가 840만명임을 감안하면 인류는 또 하나의 세계대전을 치른 셈이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연속이며, 전쟁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곁을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6·25전쟁 50주년에 중국의 국방부장은 대규모 군 사절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해 격전지를 돌아보며 그들이 말하는 소위 ‘위대한 전쟁’을 기렸다. 미국은 워싱턴의 링컨기념관 광장에 세워놓은 한국전 기념비에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교훈을 새겨놓았다. 6·25전쟁에 참가했던 다른 참전국들도 격전지마다 전적비를 세워놓고 철따라 방한해 기념한다.

그러나 전쟁 당사자인 우리는 기념행사를 축소하고 그 의미를 외면하고 있다. 6·25전쟁을 들먹이면 수구냉전 또는 반통일세력으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화해협력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화는 지킬 힘이 있을 때만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세상이 아무리 평안해도 전쟁을 잊고 있으면 위태로움이 온다는 말이다. 남북화해 시대에 6·25전쟁 51주년을 맞은 우리에게 선현들이 주는 마지막 경고를 겸허하게 새겨야 한다.

이상훈(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