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한국역술인협회 정회원으로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역학과정을 수료한 27년 경력의 작명 전문가. 주로 지인들의 청탁으로 아기 이름을 지어주다가 98년 9월부터는 구청에서 작명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씨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이름만도 2000여개.
이씨가 분석한 이름의 시대적 변천사도 흥미를 끈다.
“70년대에는 성별 구분이 확실히 되는 이름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여자는 ‘숙’자나 ‘정’자, 남자는 ‘철’자나 ‘혁’자를 많이 썼죠.”
80년대는 한글 이름이 인기를 끌었다. ‘초롱’ ‘꽃님’ ‘다롱’ 등 순한글 이름이 대거 등장한 것도 이 때.
90년대 이후부터는 ‘빈’ ‘지’ ‘연’ ‘민’ 자가 들어간 중성적인 이름이 반응이 좋다고 한다.
“시대별로 어떤 이름이 인기를 끄는지만 봐도 당시 사회 분위기나 화두를 읽을 수 있어요.”
이씨가 이름을 지을 때 고려하는 첫번째는 음양오행. 이름의 총 획수를 가능한 한 24, 25획으로 유지하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임신자’ ‘김치국’ ‘주길수’ 같이 어감이 좋지 않은 이름은 제외 대상. 부모의 취향이나 요구사항도 충분히 반영해준다. 충남 서산이 고향인 이씨가 성명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서당에 다니면서부터였다.
훈장님의 입담으로 풀어내는 성명학의 신비에 매료된 이씨는 말단 공무원시절 영등포구치소의 교도관으로 있으면서 작명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수감자들의 이름과 사주를 풀어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잘못 지어진 이름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씨가 말하는 좋은 이름이란?
“이름이 운명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운명을 결정한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본인의 운세에 맞는 좋은 이름만큼 ‘이름 값’을 하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죠.”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